행복한 청소부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행복한 청소부
행: 행하는 일마다 기쁜 마음이라면
복: 복사꽃 떨어지는 과수원을 걷는 기분
한: 한직에 종사하더라도 신나는 일
청: 청소부 아저씨는 룰루랄라 노래하듯
소: 소풍 나온 기분으로 일을 하니
부: 부지런한 아저씨는 정말 행복해요
행복한 청소부, 존엄한 삶의 자세
<행복한 청소부>는 문학과 음악을 즐기는 지적인 청소부 아저씨의 이야기를 통해 직업에 대한 태도와 삶의 철학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아저씨는 처음부터 책과 음악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거리의 이름에서 비롯된 음악가에 대해 궁금해하던 아이의 호기심에 귀를 기울인 것이 계기가 되어 스스로 공부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삶의 기쁨을 발견하게 되지요. 그는 거리의 표지판을 닦으며 길거리 강의를 펼쳐 유명세를 얻지만, 강연자의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여전히 청소부의 일상을 묵묵히 이어갑니다. 이는 일이라는 것이 단지 경제적 수단을 넘어서 그것을 즐기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때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와도 닮아 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청소부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책과 음악을 통해 문화적 풍요를 누리며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갑니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부는 여전히 ‘3D 업종’으로 기피되는 직종이지만, 몇 해 전 고학력자들이 청소부에 도전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징후일지도 모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의 청소 노동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함께 사진을 찍은 장면은 청소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상기시키는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제스처를 넘어, 처우 개선과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은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자신의 삶의 반경을 넓혀가는 청소부 아저씨의 태도를 통해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금 자신의 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 또, 오늘의 삶을 성장의 디딤돌로 삼고 있는가? 직업에 귀천이란 없고, 귀천이 있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것을 이 책은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무관심과 타성에 빠지기 쉬운 우리에게 ‘행복한 청소부’는 다시 삶을 바라보는 눈을 틔워주는 고마운 거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