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이 사는 나라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강무홍 번역, 시공주니어
괴물들이 사는 나라
괴: 괴상한 것들아, 거기서 멈춰!
물: 물러서지 못하겠니, 나 좀 봐!
들: 들짐승처럼 으르렁대도
이: 이빨을 부드득 갈아대도
사: 사자처럼 크게 포효해도
는(눈): 눈을 뒤룩뒤룩 굴려도 말이야
나: 나는 절대 겁내지 않아!
라: 라라라, 콧노래 흥얼거리며 전진이야!
괴물들과 함께한 시간, 그 너머의 따뜻한 밥상
1963년 출간된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어린이의 세계를 너무 거칠게 그린다는 이유로, 특히 ‘좋아하니까 잡아먹을 거야.’라는 말로 한때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이내 어린이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1964년 칼데콧 상을 수상하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 이 그림책을 참 많이 읽어주었습니다. 실은 엄마인 제가 아이들에게 쏟아낸 호통과 아이들이 품은 서운함을, 맥스와 괴물들의 소동과 화해를 통해 풀어가던 시간이었습니다. 괴물들이 맥스 앞에서 절절매는 장면에 아이들은 통쾌함을 느끼고, 저는 미안함을 삼켰지요.
그러나 이 이야기의 진짜 위로는 맥스가 괴물 나라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데 있습니다. 떠나고 싶을 만큼 화가 났어도, 결국 돌아오면 따뜻한 밥 한 끼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아이의 마음속 불안을 다독이고, 엄마의 사랑을 말없이 전하는 장면이었지요. “저녁밥은 아직도 따뜻했어.” 그 문장은 지금도 제 마음을 울립니다. 화해는 대단한 말이나 큰 용서가 아니라, 한 그릇의 밥처럼 담담하게 놓인 사랑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위로는 언니들에게, 아래로는 남동생들에게 눌린 막내딸로, 속상하고 억울한 일들을 혼자 삼키며 자랐습니다. 어릴 적 시골 마을에는 감당하기 힘든 ‘괴물’들이 많았습니다. 죽음, 성난 어른들, 가난, 고된 노동, 쓸쓸함 같은 것들이 저를 자주 울렸지요. 저는 여전히 그 괴물들에게 발목을 잡히곤 합니다. 가끔은 저도 맥스처럼 괴물 나라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마음껏 울고 돌아오면 따뜻한 밥이 기다리고 있는 집.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는 그 집으로요. 맥스처럼 분노를 마음껏 휘두르다가도, 다시 따뜻한 저녁밥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괴물 나라쯤은 기꺼이 다녀올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