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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하늘을 나는 사자

하늘을 나는 사자

by 인상파

하늘을 나는 사자, 사노 요코, 황진희 옮김, 천개의 바람


하늘을 나는 사자


하: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늘: 늘 낮잠 자보는 것이 소원

을: 을씨년스런 날씨에 비행하다

나: 나락으로 곤두박질

는: 는적는적 하세월 잠들었다

사: 사각사각 마음을 다독이는 소리

자: 자랑처럼 일어나 기지개


잠든 사자를 깨운 말 한마디


<하늘을 나는 사자>의 표지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사자의 얼굴이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는 듯했고, 그 모습은 마치 해바라기를 닮은 듯도 했습니다. 작품 속에서 사자는 고양이에게 시달립니다. 용맹하고 거칠 게 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사자가 아무 말도 못 한 채 당하고만 있다니요. 결국 사자는 지쳐 쓰러지고, 그 긴 시간의 무게를 견뎌내야만 합니다. 이런 모습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백만 번 산 고양이> 의 고양이가 백만 번의 삶을 반복하면서도 어떤 적극적인 삶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무상한 시간과 닮아있습니다. 그 고양이를 구원했던 것이 ‘사랑’이었다면, 이 이야기의 사자를 깨운 것은 한 마디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저는 사자와 고양이를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도 보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엄마는 잠도 안 자고, 끼니를 거르면서도 거뜬하고, 아플 줄도 모르는 존재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엄마의 자리에 서 보니, 자고 싶어도 못 자고, 먹을 수 없어 못 먹고, 아파도 참고 견뎌야 할 때가 많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나이 드신 어머니께서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시며 가끔 후회스럽다고 말하실 때, 저는 "누가 그렇게 살라고 했어요?"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 말이 어머니의 마음에 얼마나 깊은 못이 되었을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뼈아프게 느끼게 됩니다.


이제 저도 자식을 다 키우고 나면 어머니처럼 서운함에 젖어 제 신세를 한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예전의 제 말처럼 아이들이 저에게 똑같은 말을 하지는 않을까 슬그머니 겁이 납니다. 지금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말 한 마디가 한 생을 지탱할 수도 있고, 한 마음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 글을 빌려 어머니께 끝내 다 전하지 못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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