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내가 지킬 거야
지구는 내가 지킬 거야!, 존 버닝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비룡소
지구는 내가 지킬 거야
지: 지구가 더럽혀졌어
구: 구린내가 여기저기
는: 는개 내리듯 뿌옇고
내: 냇가의 물고기는 떼죽음
가: 가망 없는 일일까?
지: 지구를 살리는 일
킬: 킬킬 웃으면서도 할 수 있는 일
거: 거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니
야: 야들야들한 꽃잎이 활짝!
하느님의 숙제, 아이들의 지구
교사가 아이들에게 까다로운 숙제를 내주고는 숙제 검사를 하는 느낌의 그림책입니다. 하느님은 자신이 만든 세상이 잘 돌아가는지 살펴보기 위해 밤에 조용히 지구를 둘러보다가 삼나무 밑에서 잠들지 않고 있던 두 아이와 마주치게 됩니다. 하느님은 그들을 데리고 오염되고 파괴된 지구의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너희가 이 세상을 망쳤다”고 꾸짖지요. 억울한 아이들은 아직 세상을 망칠 만큼 오래 살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하느님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 전하라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아이들이 하느님에게 어떻게 그런 항변을 할 수 있는지요!
아이들은 하느님의 말을 듣고 어른들을 찾아나섭니다. 부자와 권력자, 성직자, 무관심한 이들은 처음엔 아이들을 무시하지만 ‘하느님이 시켰다’는 말에 금세 태도를 바꿉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싸우지 않으며, 지구에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기 시작하고,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그림책은 일본 서부의 자치 도시인 와카야마에서 열린 엑스포 99에 맞춰 199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존 버닝햄은 와카야마의 강과 해안선, 오래된 숲들을 흥미롭게 둘러보고 엑스포의 주제인 ‘환경’에 맞게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작가는 이 간단한 이야기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느님조차 아이들을 향해 화를 내고, 어른들은 하느님의 이름이 있어야만 움직입니다. 결국 희망은 아이들뿐이라는 듯.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이 하느님에게 세상을 보여주는데 엄마의 허락을 받는 설정은 재미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하느님 위에 있는 어마어마한 존재인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