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자라는 물고기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 김혜리 글· 그림, 사계절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
나: 나는 멋대로예요
무: 무례하게 굴었어요
가: 가시돋힌 말을 했지요
자: 자만심이 가득했지요
라: 나의 잘못을 뉘우쳐요
는: 는적는적 김빠지지 않게
물: 물으나 마나 생명은 소중히
고: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며
기: 기리기리 퉁퉁 울릴거예요
물고기 눈처럼 깨어 있으라
절에 가면 법당 마당이나 종루, 범종각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어’는 나무로 만든 물고기입니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에서 왜 물고기 형상을 썼을까 의문이었지만, 중국 당나라의 <백장청규>에서는 물고기가 항상 눈을 뜨고 깨어 있으니 수행자의 정신을 일깨우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전합니다. 통나무를 파내어 만든 목어는 두드리면 퉁, 퉁, 퉁 맑은 울림을 전하지요.
그림책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는 이 목어에 이야기를 가공하여 엮었습니다. 큰스님의 제자인 멋대로는 이름처럼 제멋대로 굴며 사람과 동물을 괴롭히고, 물고기가 눈을 감지 않는다고 생트집을 잡아 끝내 죽입니다. 그러다 물고기로 환생하지만 여전히 못된 짓을 하다가 등에 나무가 자라나는 고통을 겪게 되지요. 고무 판화로 그려진 인물들의 과장된 표정은 그런 이야기에 생기를 더해 줍니다.
배를 타고 가던 큰스님이 그 물고기를 알아보고는 멋대로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밤낮으로 기도하고, 마침내 멋대로는 큰스님의 꿈에 나타나 물고기 몸을 벗었다고 알립니다. 그는 자신의 등에 자란 나무로 목어를 만들어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퍼뜨려달라고 전하지요. 못된 짓을 하면 벌을 받고, 그러나 진심으로 뉘우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이야기를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도 절의 목어는 퉁, 퉁, 퉁 잠든 마음을 깨우는 소리를 내고 있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