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만 남았다
흔들림만 남았다
흙을 밟아 고르게 다지듯
마음을 다지려 하나
흙은 자꾸만 가라앉고
마음은 평평하지 않다
흔들의자처럼 흔들흔들
흔들림 그 자체가 나인가
나를 덮어버린 그림자인가
그도 아니면
그림자를 가리려다
스스로 어두워진 나인가
흔들리는 발자국은
사라지는 자리마다 새겨지고
흩어짐은 흩어짐을 불러
끝내 나조차 흩어버린다
알 수 없는, 알 수 없는
불가해의 바다 위에서
나를 건너가는 자는 누구인가
나의 몸을 빌려 꿈을 꾸는 자
흔들림을 지킨 자 떠났는가
떠남을 버틴 자 흔들렸는가
흔들리고도 남아 있는 건
과연 흔들림을 벗어난 것인가
흔들림의 끝자락에서
시간은 거꾸로 무너지고
너와 내가 뒤섞인 그림자
부재는 또 다른 이름을 흘린다
흔들림만 남았다
마음을 다스릴 수 없을 때가 있다. 내가 나를 포용하지 못할 때다. 내가 나에게 너그러웠으면, 세상에 좀 더 부드러운 눈길을 줬으면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존재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부정하며 그 흔들림 속에서 달려왔고, 또 멈춰서 애썼다. 미끄러지고 엎어지며 깨닫는다. 마음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리고 모든 것을 바깥으로 밀어내고 스스로조차 받아들이지 못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