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는 두겹보다 서늘하지 않다
홀로는 두겹보다 서늘하지 않다
홀로는 두겹보다 서늘하지 않다.
태어날 때 홀로 울었고
떠날 때 홀로 숨결에 스러진다.
모든 짐을 등에 지고,
저녁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스스로 무게를 감내한다.
내 안에 남은 말들을 품으며,
별빛처럼 스며든 말로 길을 밝히고
가시처럼 파고든 말로는
밤마다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다시 내일을 견뎌낸다.
그 모든 계절의 나이테가 겹겹이 쌓였다.
어릴 적 강가에서 돌 수제비를 뜨며
홀로라는 말이 가슴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 이후 홀로의 고독은
내 안에서 기지개를 켜며 자라더니
담쟁이넝쿨처럼 나를 휘감아버렸다.
두겹보다 서늘하지 않은 홀로는
홀로 가는 길 위에서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끝내 사라지지 않는
나의 목소리가 되었다.
그 목소리는 바람에 흩어져도 남아
다시 내 안을 두드리고,
시간을 건너 별빛처럼 돌아와
홀로의 길을 밝혀준다.
홀로라는 말은 언제나 서늘했지만, 그 서늘함 속에서 나는 살아왔다.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목마름, 그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글을 쓴다. ‘혼자다’라고 내뱉는 순간, 정말 혼자인 듯 마음이 가라앉는다. 나이를 먹어도 이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조금은 옅어지기야 했겠지. 돌아보면 홀로 전전긍긍하며 고독과 쓸쓸함을 벗 삼아 생을 이어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