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의 경계
무너짐의 경계
무너져 내린다.
무너지는 것이 나인지,
나를 삼킨 어둠인지,
혹은 세계가 드리운 연막인지,
가늠할 길 없다.
보이지 않는 벽이 흔들리고
침묵의 파문이 가슴을 가른다.
어떤 것은 심연을 붕괴시키고,
어떤 것은 그림자를 해체한다.
휘청거림은 곧 무너짐의 고백일까,
아니면 서 있는 자의 또 다른 독백일까.
나는 쓰러지지 않은 채
붕괴와 그 너머의 경계를 응시한다.
견딤은 언젠가
존재의 해명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해명이 나인지,
어둠인지,
혹은 아무것도 아닌지,
밝혀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결국은 사라질 흔적일 뿐이나
무너짐을 지켜보던
또 다른 눈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잊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삶은 때때로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 그 순간 내가 무너지는지, 아니면 내 안의 어둠이 무너지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끝내 무너짐을 지켜보는 또다른 눈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증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