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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n 08. 2023

누가 진정 천한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말은 모든 욕망과 애욕을 끊고 홀로 진리의 길을 가라는 뜻인데,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시구(詩句)다. 언젠가 소설과 영화의 제목으로 인용한 적도 있다.


<숫타니파타> 경전은 천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부처님이 다음과 같이 설(說)한다.

"화를 잘 내고 원한을 품는 사람, 남의 물건을 탐내고 훔치는 사람, 폭력 등으로 남의 아내와 놀아나는 사람, 증인으로 불려 갔을 때 자신의 이익이나 남을 위해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 재산이 있으면서도 병든 부모를 섬기지 않는 사람, 남의 집에 가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남을 대접하지 않은 사람, 사실은 깨닫지도 않았으면서 성자라고 자칭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천한 사람이다."


이 말씀은 어느 바라문이 탁발하던 부처에게 천하다고 욕설할 때, 거꾸로 무엇이 진정 천한 것인가를 설하여 그 바라문이 이를 깨닫게 되었고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셨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양인과 천인을 구분하는 신분제도가 있었다. 천인은 낮은 신분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고 특별한 공을 세우지 않으면 양인이 될 수 없었다고 한다.

천인은 자유를 구속당하고 거주지도 제한되었다. 노비가 대부분이었고 개인이나 관가에 얽매여 주로 농사일이나 허드렛일을 했다. 그 당시의 천인 중 최하위 계층을 보면 기생, 백정, 갖바치, 광대, 무당과 뱃사공이다. 이 신분제도는 조선대 말에 갑오개혁으로 폐지되었다.


그 시절에는 문(文)과 무(武)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벼슬을 하지 않으면 크게 행세할 수 없었다. 특별한 재주나 기술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천하다고 여겼으며, 전문직도 특별 대접을 받지 못했다.

조선 세종 때, 천민 출신이었던 장영실은 나라에 큰 공을 세워 종 3품의 벼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 시대는 의원과 통역관도 양반이 아니고 중인 신분이었다.


요즘, 의사란 직업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전문직이다. 외교관 역시 능통한 언어와 전문 지식을 갖춰야만 될 수 있다. 즉 현대의 상류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연예인 직업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직업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크게 달라졌다. 청년들은 연예인이 되려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실제로 인기 좋은 연예인은 높은 인기와 함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고소득자다.


부처님이 말씀한 '천하다' 것은 어떤 계급, 신분도 언급한 것은 없다. 오로지 그 사람의 행위로 천한지의 여부를 판단했다. 세월이 2500년 넘게 흘렀으나 지금도 틀림이 없는 진리의 말씀이다.


부자나 높은 직위를 갖고 있어도 행위가 반듯하지 않으면 천한 사람이요, 지위가 낮고 가난할지라도 행위가 반듯하면 귀한 사람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지금의 현실과 비교해 보고 누가 진정 천한 자(者)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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