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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n 27. 2023

인생과 길


오늘은 하늘이 푸르고 대모산이 가깝게 보였다. 지난 8월,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가 그리워지고 대모산 넘어 분당에 있는 그의 유택에 가보고 싶었다.

서울분당고속화 도로를 달리면서 2000년대 초, 외환은행 분당지점으로 출퇴근하던 시절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이 길은 경치가 좋고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친구의 산소에 성묘 가는 길이라 창밖의 경치가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분당 메모리얼파크에 도착하여 사방을 둘러보니 산에는 벌써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푸른 잔디로 덮인 공원묘지가 깔끔했다. 친구의 유택은 흰 대리석으로 지은 납골당인데 벽면에 붙어있는 친구의 이름과 사진을 보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고인이 친구는 경기도 고양에서 태어나, 68년간 인생길을 걷고 이곳이 그의 마지막 종착지가 되었다. 고인이 어둡고 차가운 대리석 집에 갇혀 있다는 슬픈 감정이 밀물처럼 다가왔다. 한편, 영혼은 여러 바람을 타고 이 세상 어디든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만감이 교차했다.


산소를 참배한 후, 공원묘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서정주 시인이 쓴 시에, 가수 송창식이 곡을 붙이고 불렀던 '푸르른 날'이 생생하게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공원묘지를 나와 부근에 있는 분당율동공원으로 갔다. 이 공원의 은행나뭇잎은 벌써 노랗게 물들었고, 갈대는 하얀 이삭이 가을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

호숫가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친구가 좋아하던 팝송, My Way를 떠올려보았다. 이 노래는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렀던 곡으로, 자신은 당당하고 멋지게 한평생을 살아왔다고 지난 생을 회고하는 노래다. 영국의 장례식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노래라고 한다.


길(way)이란 무엇인가? 교통수단으로의 길은 정신문화가 깨치면서, 특히 동양 사람들에 의해서 철학적 의미가 부여되었다. 서양에서는 흔히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고 세상은 무대로, 사람은 배우로 관념 하지만, 동양에서는 인생이 곧잘 여행에 비유된다. 이때 세상은 여관, 사람은 나그네로, 인생살이는 길을 걸어가는 것으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천지는 만물의 여관이요, 세월은 백대의 과객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생각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가수 최희준이 부른 대중가요, 하숙생의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가사도 같은 맥락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인생길이 아련하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안개처럼 희미하다. 아직도 산 넘고 물 건너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아 있다. 문학작가 헤르만 헤세는 "모든 인간의 일생은 자기에게 도달하는 길, 자기실현의 길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와 양재천 둑길혼자 걸으면서 나는 지금까지 인생길을 잘 걸어왔는지, 앞으로 남은 인생길은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어느덧 붉은 해는 서산에 기울고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내 친구 영혼은 지금도 바람을 타고 어디로 날아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텅 빈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https://youtu.be/NWu5qR-xp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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