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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06. 2023

사기는 오마천이 지었다?

   나는 관동팔경 죽서루가 우뚝 서 있는 영동지방의 소도시, 삼척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중학교 2학년, 역사 시간에 있었던 일이. 수업 시간에 졸고 있던 친구가 선생님한테 들켰다. 선생님은 그 친구를 일으켜 세우고, 방금 설명한 중국의 <사기>를 누가 지었는지 물어보았는데 졸다가 깨어난 친구가  알 턱이 없다. 하지만 친구는 뜻밖에 큰소리로 "오마천이 지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교실은 웃음이 쏟아졌고 난장판이 되었다. 사실은 그 친구 뒷자리에 있는 다른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오마천'이라고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선생님한테 혼이 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사건(?) 있은 , 친구의 별명은 '오마천'이 되었다. 우리는 심심하면 "오마천"하고 부르며 깔깔거리고 웃곤 했다. 그러나 누구나 알았던 사마천을 대답하지 못한 친구는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당당하게 대학교수가 되었다. 우리는 그 친구를 아직도 '오마천 교수'라고 부른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듯, 한번 오마천은 영원한 오마천이다. 평생 친구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고마운 친구다.

   웃기고 재미있는 서양 유머 하나를 소개해 본다.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 경은 지혜롭기도 하지만 법률가로서나 경험주의 철학가로서 그의 이름을 후세에 떨친 인물이었다. 또 대단한 유머감각을 소유한 사람이기도 했다. 어느 날 포크(돼지)라는 흉악범이 사형을 면치 못하게 되자, 베이컨 경에게 생명만은 구해달라고 간청을 하였다. 그 까닭인즉 '베이컨과 포크는 친척과 같은 처지가 아니냐?'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베이컨 경은 이렇게 말했다. “유감이지만 그대가 교수형에 처해지지 않으면 우리들은 친척이 될 수가 없다네. 즉, 돼지는 죽어야 비로소 베이컨이 되는 것이니까.”  


   웃음이란 한마디로 쾌적한 정신 활동에 수반된 감정반응이라고 정의한다. 웃음은 신체적 자극에서, 기쁨에서, 우스꽝스러움에서, 겸연쩍음에서, 연기로서 오는 것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웃음의 원인이나 종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홉스는 웃음이란 돌연히 나타나는 승리의 감정이라고 하였으며, 베인은 타인의 권위와 체면이 상실되었을 때 겪는 쾌감이라고 하였다. 칸트는 무엇인가 중대한 것을 기대하고 긴장해 있을 때,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서 갑자기 긴장이 풀려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의 표현이라고도 하였다.

   웃음은 웃는 형태에 따라 각각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싱글벙글 웃는 것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능글능글 웃는 것은 비밀을 감추고 있으며, 히죽히죽 웃는 것은 악의를 나타낸다. 또한 깔깔거리고 웃는 것은 기품이 없음을 보이고, 큰소리로 웃는 것은 대범함을 나타낸다고 한다.      


   세상이 힘들어지면 웃음을 잃어 간다고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가 혼탁하고 경제도 어려워서 사람들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고 . 옛말에도 웃으면 젊어진다는 말이 있고, 웃음은 복이 온다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도 있다. 어느 철학자는 '인생의 성공은 얼마나 많이 웃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최근에는 웃음치료까지 등장하였고 웃음이 의학적으로도 장수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발표도 있다. 미국의 존스홉킨스 병원은 환자들에게 나눠주는 정신건강이란 책자에서 웃음은 '내적 조깅(internal jogging)'이라는 서양 속담을 인용해 웃음은 순환기를 깨끗이 하고, 소화기관을 자극하며 혈압을 내려준다고 소개했다.

   인생은 희로애락의 연속이다. 기쁘고 즐거운 날 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슬프고 괴로운 날도 있다. 건강은 몸을 단련해야 얻을 수 있고, 행복은 마음을 단련해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웃음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행복도 선사하는 신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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