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와 친구의 눈물

by 홍만식


"귀하는 자랑스러운 아버지로서 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시고

저희를 위해 아낌없이 헌신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의 날들도 지금처럼 함께 계셔 주세요.

아버지의 빛나는 내일을 응원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사랑하는 가족 일동"


오늘 아침, 친구가 고희 생일에 가족으로부터 받은 감사장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왔다. 그리고 빠르게 흐르는 세월이 야속하고 요즘은 왠지 모르게 눈물샘이 자주 터진다고 다. 나도 그 동영상을 보고 울컥했다.

고등학교 때, 우리 반 실장이었던 친구는 1970년대, 경찰에 투신하여 40여 년 동안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왔고 2012년, 정년퇴직하였다. 그리고 요즘은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생 2막을 보람 있게 보내고 있다. 한편, 아들과 딸이 아버지를 이어 경찰관이 되었고 게다가 사위도 경찰관이라 보기 드문 경찰 가족이다.

친구는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근무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없었으나 오직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자긍심 하나로 한평생을 살아왔다. 특히 경찰을 남편으로 둔 아내에게 직업상 많은 고생을 시켜서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친구가 보내온 동영상은 경찰 간부인 아들이 전직 경찰관 아버지에게 고희 생신을 맞이하여 감사장을 드리고 귀여운 손주가 할아버지에게 꽃다발을 선사하는 감동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친구는 감격하여 자신의 감사말을 계속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눈물이 나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감동의 눈물, 미안함의 눈물, 감회의 눈물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에 대한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동하였음은 물론, 어느덧 내 인생이 고희를 넘어섰다는 현실에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찰헌장>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우리는 조국 광복과 함께 태어나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며 오늘의 자유민주사회를 지켜온 대한민국 경찰이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며 사회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여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영예로운 책임을 지고 있다."


친구가 맞이한 고희는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곡강시에 나오는 '인생 칠십 고래희'에서 유래한 말이다. 인간이 70세까지 살기는 드물다고 말한 두보는 고희를 한참 채우지 못하고 59세로 인생을 마쳤으며, 그의 삶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고달픈 인생이었다. 다음은 두보의 곡강이수에 나오는 귀다.


'인생 칠십은 예로부터 드물었다네.

꽃 사이로 나비가 분분히 날아들고

잠자리는 물 위를 여유롭게 나는구나

듣자니 좋은 경치는 함께 즐겨야 하니

잠시라도 서로 즐기며 기쁨을 나누어 보세'


옛적, 고희에는 큰 잔치를 벌이고, 장수를 축하했다. 하지만 요즘은 백세시대라 '인생 칠십 고래희'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내 친구, 형은 한평생 가족을 챙기며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왔다.

고희 언덕에 올라선 사람은 모두가 축복을 받았다. 그 축복 속에서 단연 으뜸은 배우자와 자식들의 만남일 것이다.

아들, 딸 그리고 사위가 아버지와 장인의 뒤를 이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경찰, 의로운 경찰, 공정한 경찰, 깨끗한 경찰이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1970년대, 나는 전투경찰에서 3년간 근무하여 국방의무를 이행하였다. 서해안 변산반도에서 대간첩 작전을 수행하였고, 서울에서는 치안 유지와 한강인명구조 대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래서 경찰의 노고와 일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특히, 추석과 설 명절에는 갑호비상령이 발동되어 많은 경찰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허다하다.

한평생 경찰로 봉직한 내 친구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그리고 가족들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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