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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12. 2023

이 또한 지나가리라

   며칠 , 직장 친구 몇을 강남역 부근에서 만났다.   친구들이 대체로 건강하게 보였으나, P 친구는 요즘 약물치료를 받으며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건강 이야기를 하는 중에 "여러분은 건강한 자신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이어서 한 친구가 "인간은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합니다. 감사할 일이 있을 때, 감사하는 사람, 감사할 일이 없어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감사할 일이 있어도 감사하지 않는 사람이 있지요."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마치 생각을 해보는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P 친구가 "인간은 누구나 한 번은 죽습니다. 매일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절망하는 것은 매일 죽는 것과 다름이 없지요."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 투병 생활이 어렵고 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솔로몬의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부정적인 생각을 이겨낸다는 것이다. 그러자 기독교 믿음이 신실한 다른 친구가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으나, 두 번째 죽음은 두려워해야 합니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두 번째 죽음이란 사후, 하늘나라에서 받는 심판이라고 생각했다.

   불교 신자인 또 한 친구는 자신이 죽으면 윤회하지 않고, 적멸 속으로 스러져가고 싶다는 자신의 속마음을 토로했다. 만일,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생로병사의 인생길을 다시 는 것은 매우 두렵다는 것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명언은 이스라엘의 2대 왕, 다윗 시대의 이야기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쟁에서 승리한 다윗 왕은 크게 기뻐했다. 그래서 반지를 만들어 기념하고자 장인을 불러 멋진 반지와 함께 멋진 글을 반지의 새기라고 명령했다.

   장인은 반지를 만들었지만, 멋진 글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지혜의 왕자, 솔로몬에게 그 고민을 말하자, 솔로몬 왕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지 다윗 왕은 크게 기뻐하고 장인에게는 큰 상을 내렸다고 전한다.'    


   이 또한 모두 지나간다는 세월의 교훈은 인간이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결코, 좌절하지 않도록 자신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고, 우리가 행복감에 크게 도취하여 자만하거나 교만해질 때도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곳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과 소망을 꿈꾸게 한다.

스페인 산타마리아 왕립성당

   나는 죽음이란 두려워할 일이 아니지만 죽어가는 과정이 두렵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후회 없이 살았다는 신념과 존엄성이 유지된 , 죽음의 과정도 깔끔해야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수 다. 사실, 잘 죽어야 하는 것도 하늘의 심판이나 윤회의 과보처럼 중요한 일이다. 죽는 순간까지 주위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고통스럽지 않게 하늘나라로 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하지만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 죽음은 인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으며 미경험, 미지각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을 신의 영역이라 여기고 자신의 소원을 절대자인 신에게 의지하며 기도하는 것이 아닐까ᆢ.

   종교의 기원은 오래이고, 그동안 많은 질적 변화를 거쳐 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은 종교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느낀다.

   오늘 만난 친구들의 종교는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하다. 한 친구는 어느 종교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다면 그 종교는 존중받아야 하고 누구도 남의 종교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종교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신의 영역은 인간의 짧은 지혜로 이해할 수 없으며, 행복은 언제나 각자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아파트 정원을 바라보니, 그토록 화려한 영산홍 꽃이 어느새 시들어버렸다. 요즘 유행하는 대중가요, '바람의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담겨 있다.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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