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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Jul 12. 2023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늑대는 만 년간을 북미에서 활보했다. 그런데 20세기 초반 교활한 늑대가 동물을 마구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남획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회색늑대는 북미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1995년, 논란 속에 시작됐던 늑대의 복원 프로젝트로 14마리의 늑대가 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풀어졌다.


    1991년 여름휴가 때, 가족과 함께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갔다. 당시 거주하던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 그곳에서 렌트한 자동차로 이틀을 달려, 그곳에 도착했다.

   미국 제1호 국립공원답게 높은 산, 깊은 계곡과 폭포가 상상이상으로 아름다웠으며 산중의 호수로는 미국 내에서 가장 크고, 간헐천은 세계 최고를 자랑했다. 특히 엘크와 야크, 곰도 가까이에서 보았다. 한편 1988년, 옐로스톤에는 대화재가 발생하였는데,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1995년 옐로스톤에 풀어놓은 늑대들이 기적을 불러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모든 일은 늑대가 사슴을 사냥하면서 시작되었다. 늑대 때문에 사슴의 수는 급속하게 줄어들었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사시나무와 버드나무의 키는 6년 만에 두 배로 커졌으며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나무는 더욱 풍성해졌고 다양한 종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멸종되었던 비버가 돌아와 강둑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수달, 오리, 어류들의 서식지가 되었다. 늑대는 코요테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토끼와 쥐가 늘어나고 이는 여우와 족제비, 오소리, 독수리들을 불러왔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강의 움직임을 바꿔 놓은 것이다. 강의 굽이는 줄어들고 침식도 줄어들었다. 급류 지역이 늘어나고 웅덩이가 많아졌다. 이는 매우 훌륭한 야생 서식지 환경으로 변해갔다. 사람들은 늑대가 다양한 동물들을 잡아먹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늑대가 동물들에게 생명을 준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자연이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면 자연은 대체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70년 동안 인간의 노력으로 해내지 못한 것을 늑대 14마리가 20여 년만에 생태계의 안정을 이루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최고의 의사라고 생태학자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기적을 가져다준 늑대는 개과의 포유류 동물이다. 다리는 길고 굵으면서 몸은 셰퍼드와 같이 날씬하지 않고 조금 둔하게 보인다. 임신 기간은 60일 정도로 4~6월에 3~ 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임신한 늑대는 새끼를 위하여 절벽의 큰 바위 밑, 자연 동굴 같은 곳에 보금자리를 선정하고 위험할 때는 이곳저곳으로 옮긴다.

   일부일처제로  보통은 가족 단위로 생활하지만, 겨울에는 여러 가족이 모여 큰 떼를 형성한다. 시각, 후각, 청각 등 여러 감각을 동원해 무리 간 의사소통을 한다. 길게 울부짖는 소리가 특징인데 3~11초가량 지속되며 이를 이용해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개체와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위급한 일이 생겨 무리를 다시 모아야 할 때 이 같은 소리를 낸다. 번식 적령기 개체들은 여름에 짝을 찾아 무리를 떠났다가 겨울에 짝과 함께 다시 돌아온다. 한 마리 수컷이 무리 전체를 이끌어가며 모든 권력을 행사하고 충성심과 리더십이 강한 동물이라고 한다.


   늑대는 사악한 것이 아니라 아주 영리하다. 수컷은 암컷 한 마리를 사랑하며 가족들을 끔찍이 챙긴다. 사냥한 먹이를 새끼나 암컷이 먹을 동안에는 수컷이 사주경계를 하며 기다렸다가 맨 나중에 먹는다. 암컷이 힘들게 사냥하고 수컷이 제일 먼저 먹는 수사자와는 차원이 다른 동물이다. 성장하여 부모를 떠났다가 수시로 부모를 찾아와 인사를 한다. 새끼가 어릴 때는 어미가 음식을 토해 먹이를 먹이는 모습에서 늑대의 강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다.

  

  새끼를 끔찍 보살피고 가끔 어미 늑대를 찾아가 인사하는 늑대의 생태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동물한테서도 배워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늑대들은 3가지 계급이 존재한다고 한다. 리더급인 알파가 있고 알파의 부하, 베타가 있으며 마지막에는 힘이 약한 오메가가 있다.

   늑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늑대들의 행렬을 관찰한 결과, 가장 약한 개체들이 맨 앞에서 행렬의 속도를 조절하게 하고 강한 그룹들을 전방과 후방에도 배치하여 만일에 있을 공격을 막을 수 있게 하였으며 그 사이에는 보호를 받아야 하는 무리들을 두게 하였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있는 한 마리는 이 무리 전체를 이끌고 있는 리더급 늑대이다. 무리 중에서 낙오하거나 뒤처지는 동료가 있는지 살피며 행렬을 책임지고 있다. 리더의 자질을 갖고 무리들을 조절하고 보호하는 태도가 영리하고도 의젓하게 보인다.

   늑대의 몸무게는 보통 30kg~40kg 정도가 된다. 이들은 협동하여 1,300kg이 넘는 야크를 공격하고 사냥에 성공한다. 서로 돕는 협동심이 없다면 가능할 리 없다. 인간의 눈에는 교활하고 사악한 짐승이라고 인식되지만 그럴 근거는 없고, 사회성이 강한 육식성 동물에 불과하다.


   사람도 늑대처럼 가족을 잘 챙기고 약한 동료를 보호하며, 리더는 책임감을 갖고 무리를 조화롭게 이끄는 성숙한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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