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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May 26. 2023

황제펭귄의 사랑과 눈물


MBC는 2011~2012년, 창사 50주년 특집으로 '지구의 눈물'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인 '남극의 눈물'은 황제펭귄을 비롯한 남극의 다양한 생명을 담았는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4편으로 구성되었으며, 마지막 편이 '남극의 눈물'이다. 그중 1부 전체는 남극에 살고 있는 황제펭귄의 생태를 자세히 보여주었으며 그때 받은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 다큐멘터리 해설자는 '남극의 눈물'을 이렇게 말했다.

"눈과 얼음의 나라 혹한의 추위가 지켜낸 원색의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땅,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과 기후 변화의 열쇠를 간직하고 있는 곳, 지금 세계의 눈이 남극을 향하고 있다. 위기의 지구, 그 중심에 남극이 있다. 지구 온난화 측정의 새로운 지표로 제시된 얼음대륙 남극, 대륙에 감지된 이상기후와 생태계 교란, 이미 지구의 경고는 시작되었다."


황제펭귄은 현재 존재하는 펭귄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크다. 그래서 황제펭귄이라고 한다. 키는 최대 122cm, 몸무게는 23~45kg이다. 수컷이 암컷보다 약간 더 크고 알을 품고 새끼를 양육하는 동안에는 체중이 많이 줄어든다. 부서질 위험이 없는 단단한 얼음 위에서 번식과 새끼 양육을 하고 있다.


남극의 겨울에 알을 낳고 양육을 하는 유일한 동물로, 3~4월에 집단을 형성하고 5~6월에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낳고 먹이를 몸에 비축하기 위해 바다로 떠나면서 알을 조심스럽게 수컷에게 넘겨준다. 수컷은 발 위에 있는 주머니에 알을 넣고 품는다. 알을 품고 있는 2~4개월 동안 수컷은 수분 섭취를 위해 눈을 먹는 것 말고 아무것도 섭취하지 못한다.


알을 품은 수 천 마리의 수컷은 추위를 피하려고 몸을 서로 밀착하고 천천히 주위를 돌다가 바깥쪽에 서 있는 개체가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개체와 자리를 바꾸면서 집단 체제의 체온을 유지하는데, 이것을 허들(huddle)이라 한다.


부화 기간은 약 64 일이다. 암컷이 부화한 새끼에게 수컷은 자신의 위 속에 있는 소화된 먹이를 토해 먹인다. 새끼가 부화한 지 열흘 정도 후에 암컷이 돌아와 같은 방식으로 먹이를 주고, 그 이후에는 수컷과 암컷은 번갈아 가며 바다로 나가, 먹이를 비축하여 돌아온다. 생후 40~ 50일이 지나면 부모 펭귄 모두 바다로 나가고 집에 남은 새끼들은 집단을 이루어 허들을 한다. 12~1월이 되면 집단 전체가 바다로 나간다.


이 특집을 보고, 황제펭귄의 생태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특히, 몇 달 동안 굶으면서 알을 품는 수컷과 먼바다로 걸어가 태어날 새끼의 먹이를 저장하고 몇 달 만에 돌아오는 암컷의 자식 사랑은 상상을 초월했다.


부부 황제펭귄이 자식을 위해 서로 돕고 헌신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지금껏 동물이라 얕잡아 보았던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수컷은 영하 20도를 넘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알을 품고 서로 몸을 밀착한 채, 원을 그리며 돌아갔다. 이러한 모습에서 펭귄의 지혜를 엿볼 수 있고 집단으로 춤추는 듯한 신기한 광경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떤 황제펭귄은 남의 새끼를 빼앗기 위해 저돌적으로 공격하지만, 새끼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완강히 저항하는 황제펭귄의 모습에서 강한 모성애도 확인했다. 또한 어린 황제펭귄이 외딴곳에서 혼자 놀다가 어미에게 야단맞는 모습은 마치 인간과 흡사하여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모든 펭귄의 집은 똑같은 얼음 벌판인데, 그들에게 보금자리는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


12월이 되자 얼음이 녹아 어느 황제펭귄은 늦게 집에 도착하였는데, 새끼 황제펭귄은 이미 굶어 죽었다. 이를 목격한 어미가 크게 울부짖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결국, 생태계가 파괴됨으로써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 것이다.


남극의 생태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황제펭귄의 삶이 경이롭고 신비롭. 아울러 생태 파괴의 심각성깨달아야 함은 물론, 황제펭귄으로부터 가족 사랑과 협동심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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