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후 아빠에 대한 모든 정리가 끝날 무렵, 그때가 한 달쯤 됐을까? 아빠 남동생의 아내, 아빠 여동생의 남편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밤낮 할 것 없이 욕설이 난무하는 협박 전화와 메시지들. 우리 엄마는 그들에게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같이 그렇게 돈 내놓으라는 협박연락을 받았다. 이제 막 일상을 되찾아 살아가려는 우리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돈에 눈이 멀어버린 그들은 아빠의 사망 보험금을 그저 ‘꽁돈’으로만 생각했다. ‘로또라도 당첨됐냐, 애를 낳아 준 것도 아니면서 왜 그 돈을 혼자 다 갖느냐, 니 자식들 불구로 만들어버리겠다.’ 등.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에게 그런 엿같은 소리를 듣고도 우리 엄마는 절대로 단 한 번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에 엄마는 나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더 했었고 나와 동생을 더 걱정했을 뿐이었다.
여태껏 강하게 버텨 온 엄마였지만 우리를 데리고 그런 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었기에 엄마도 나도 그 두 달 동안은 알게 모르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였던 것 같다.
솔직히 많이 무서웠다. 그런 협박을 실제로 겪게 되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이 들었다. 그들 집으로 찾아가 불 지르고 싶은 생각이 온 머릿속에 가득했었고 미친 사람처럼 끔찍한 상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 엄마가 그랬다. 친아빠도 그랬듯이 이렇게 말만 설치는 놈들은 아무것도 못 한다고. 엄마는 더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지만 나는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진짜로 엄마가 그들한테서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무서운 상상만 들었고 엄마랑 떨어져 있는 낮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엄마마저 언제든지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겁이 났는데 그런 협박 연락까지 받아서 그땐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입에 담기도 힘든 말들과 욕설들을 수화기 너머 목소리로 직접 들은 엄마는 오죽했을까.
일하다가 울고 멍하니 서있고 몸만 출근했지 정신은 다른데 가 있어서 사장님한테 혼나기도 했었다. 혼나면서도 대성통곡을 했다. 이런 상황까지는 모르셨으니 사장님도 답답하셨을 것 같다. 그래도 꾸역꾸역 일은 나가야 했다.
협박을 받는 두 달 동안 막내이모와 이모부는 점심때 가끔 내가 일하는 곳으로 와서 같이 밥을 먹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삼촌도 그 소식을 듣고 그들이 찾아오면 말하라며 우릴 걱정해 줬다. 그때는 삼촌이 미친놈인 게 잠시 감사했다.
그들의 협박은 엄마가 돈을 주고서야 멈췄고 그렇게 연이 끊겼다. 함께한 시간이 4년뿐이었을지라도 그들에게 형수님이었고 새언니였던 우리 엄마를 오로지 돈 나올 구멍으로만 여겼고 그렇게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달달 볶아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꽁돈’을 기어코 받아냈다. 그저 돈만 주면 그만이었던 아빠의 남은 가족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때는 살아있는 게 더 지옥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