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은 한의원 가는 날

버스 안에서.

by 이봄



피부 염증으로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7개월째 접어드는 달. 매주 금요일은 휴무인 덕에 어쩌다 보니 금요일마다 한의원으로 출근한 지 벌써 반년이 넘었다.


오전 8시 반 기상. 하. 쉬는 날인데 늦잠도 못 자네. 오늘도 역시나 눈 뜨자마자 짜증이 슬쩍 올라왔고. 사실 오후에 가도 되는데 어정쩡한 시간에 가면 하루를 버리는 것 같아 대기가 제일 적은 오전으로 일정을 잡는다.



터벅터벅 침실을 벗어나 눈도 다 못 뜬 상태로 달력에 시선이 꽂혀 한약을 언제까지 먹으면 좋을까 잠시 생각하다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래도 다행히 다닐만하다 싶은 건 집 바로 앞 버스 정류장에 교대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온다. 심지어 교대역에서도 내리면 도보 5분 한의원 도착. 지금 이 집도 8개월 전에 이사 온 집인데 어찌 됐든 나 한의원 다니게 될 운명이었나 봐.





버스에 올라 타 대중교통 필수품인 이어폰을 휴대폰에 연결하고 귀에 꽂았다. 오늘 한의원행 첫 번째 재생곡은 here with me - d4vd ! 어제 유튜브 보다가 알게 된 곡인데 미국판 검정치마 라는 말이 납득이 가는 노래더군. 좋다 좋아.


빡쎄보이는데 안 빡쎄..




다음곡은 이찬혁의 파노라마. 12월 청룡영화제를 보다가 처음 알게 된 노래였다. 파노라마 말고도 그 앨범에 담긴 노래들이 거의 한 편의 드라마던데. 장례희망이라는 곡은 시 같다는 느낌도 들고. 왠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그런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노래였다.


가사를 쓴다는 건 이렇게 긴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줄이 설명하듯 쓰기보다 단 몇 마디로 의미전달이 확실히 될 수 있어야 하고 멜로디 안에 함축적으로 담아내야 하니까. 가사 쓰는 사람들 천재. 라는 의식의 흐름 속에서 눈은 창밖을 보며 귀로는 음악을 들었다.


이찬혁 - 장례희망






애도의 물결과 새해 복 인사가 공존하는, 어딘가 어수선하고도 헛헛한 마음으로 맞이한 2025년이 밝았다. 어쩐지 이번 1월은 자꾸 새해라는 사실을 문득문득 잊어버려 어디선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쓰여있는 문구라도 봐야 그때서야 실감을 했다. 계속 12월 말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내 가족의 일이 아니라고 하하 호호 웃는 내가 좀 싫어지기도 하는. 그런 아이러니함 속에 1월 첫 주를 보내는 중이다.



같은 하늘 아래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잃어 슬픔으로 맞이한 이 새해가, 금방 제 자리로 돌아와 희망이 가득한 삶이 되기를 기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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