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무언가 깨어났다.
본 소설은 수많은 이웃 간의 갈등 사례를 통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작된 100% 허구임을 밝힙니다. 현실 속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 특정 인물이나 단체, 사건과는 무관하며,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와 갈등을 다루고자 합니다.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드리며,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아이와 놀거나 혼내는 소리에 당신들은 소리를 질러대며 욕하더니, 왜 우리 남편이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아이와 놀아주고 혼내는데 조용했을까?’
시간은 흘렀고 오해도 풀렸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서 물든 걸까, 아니면 내 깊은 본성이 깨어난 걸까? 애초에 내 인상이라도 셌으면 좋았으련만.
801호와 802호 그녀들은 언제든 잡아먹을 것처럼 쏘아보더니, 우리 남편 앞에서는 허공을 향해 눈을 굴렸다. 그런데, 그렇게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더니 왜 이제는 같이 안 다닐까?
801호가 사라졌다. 802호 부부에게 꼬리라도 잘렸을까? 그건, 802호만이 알겠지.
한동안 802호 정훈 엄마와의 마주침은 무척 흥미로웠다. 그녀의 길 잃은 눈동자와 가쁘게 들이켜는 들숨 날숨, 고개를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처럼 어쩔 줄 모르는 불안한 모습, 막바지에 힘을 내어 지켜내는 촛불 같기도 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 2차선에 버젓이 비상등만 켜놓은 채 서있는 802호 정훈 엄마의 차를 발견했다. 차라리 반대 차량과 사고 나는 게 낫다는 심정이었다. 반대 차선에 바짝 붙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지하 1층에 주차했다. 금방이라도 속도를 내면 구를 것 같은 차로, 802호 정훈 엄마는 급하게 돌진하여 내 차량 옆에 주차했다. 정훈 엄마도 2차선 도로에서 내 차량을 보고 따라온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든 입막음하려 애쓰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나에게 여유를 찾아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802호 정훈 엄마는 친절한 척 웃으며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준다. 왜 기다리는지 아는 나로서는 함께 오를 생각이 없었다. 나 역시도 긴장감은 가득했다. 최대한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먼저 올라가시라고 전했다. 나는 끝까지 표정을 관리했다. 짐을 풀어헤치고 뒤적거렸다. 이후로 몇 번의 마주침은 정훈 엄마의 불안한 심리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나는 그녀가 신경 쓰이도록 눈앞에만 서성거렸다. 물론, 엮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애매한 거리 두기다. 말 걸지 못하도록. 그것이 내가 당장 줄 수 있는 벌이었다.
‘내 소문은 가십거리라고 퍼뜨리면서, 당신 소문은 퍼지지 않길 바라지?’
802호 정훈 엄마를 주차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나는 다른 동 출입구를 이용했다.
‘당신만 여기 아는 엄마가 많아? 나도 이제 아는 엄마들 많아졌어.’
소문을 퍼뜨리고 말고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정훈 엄마의 흔들림을 이용해 벌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이웃에 대한 존중도 배려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녀에게 줄 수 있는 벌, 참아온 시간에 비하면 약해도 너무 약한 벌이지만.
미세한 떨림마저 참아야 했다. 나는 애써 침착하게 의식하며 여유라는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지혜라는 것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단편적인 모습으로 슬쩍 비치는, 하나의 페르소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가려서 상대하며 만들어가는 지혜의 페르소나 말이다.
‘그녀들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내 안에, 무언가 깨어났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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