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우리 집은 냉동고

현실지옥, 생존본능

by 민시

2023년 5월, 5년간 살았던 19평의 좁은 집은 아이가 커가며 적합하지 않았다. 부동산을 돌아보며 이사할 집을 구했다. 넓게 빠진 공간과 베란다 밖 작은 텃밭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우리는 1층을 전세로 계약하며 들어왔다. 활동량이 넘치고 호기심 많은 남자아이였다. 공동주택 살면서 그나마 눈치가 덜 보이는 1층을 원했다. 아이가 크면서 실컷 뛰어놀기를 바랐으니까.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작은 텃밭의 로망을 꿈꿨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면서 만족도가 높으면 이 집을 매매할 생각이었다.


2023년 12월,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오빠, 너무 추워. 방 온도가 올라가질 않아. 애 감기도 떨어지지 않고, 진짜 당황스럽다. 오빠는 여기서 겨울 한 번 더 견딜 수 있겠어?”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서늘한 공기를 원망하듯 남편에게 말했다. 웬만하면 괜찮다고 하던 남편마저 대답은 의외였다.

“아.. 여긴 나도 진짜 힘들다. 무언가 잘 못 됐어.”

“나는 10월부터 겨울 같았어. 발가락도 바닥에 닿을 때마다 아픈데, 바닥이 차니까 금방이라도 뼈가 부러질 것 같아. 중요한 건 아직 12월이라는 거야.”


뱃속에서부터 남다르던 아이, 태어나서도 울음소리부터 유별났던 아이, 산후조리원에서의 잦은 호출로 인해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몇 년째 발가락 통증을 호소하며, 나는 겨울이 유독 힘들었다.


‘뼛속까지 바람이 드나드는 것 같아..’


아이를 안고, 어느 날은 손을 잡고. 아이와 마트 다음으로 자주 향하던 곳은 병원이었다. 형편상 전세인 점을 감안하면, 인테리어 역시 꿈도 못 꾸니 투자는 당연히 사치, 믿었던 새시 공사는 하나마나였다. 난방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집에서, 그야말로 멋 부리다 동태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시장에서 사 온 촌스러운 색감과 문양이 가득한 두터운 극세사 이불을 거실에 깔았다. 긴팔에 긴 바지, 양말에 플리스까지 껴입었다.

“22평이야, 자는 방 하나 보일러 켰을 뿐인데 관리비가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나온다는 건, 잘 못 돼도 한참 잘 못 된 거야.”


바닥은 좀처럼 따듯해지지 않았다. 1층의 로망과는 다르게 선명히 나오는 입김은 현실이었다. 관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관리실을 찾아가도 우리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관리비는 맞아요. 그 동 중간층은 50만 원, 60만 원도 넘게 나와요.” 관리실 직원은 모니터만 응시한 채, 너무나 담담하게 말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된 아파트라도 22평밖에 되지 않는 집이 관리비 50만 원이라니. 남편 혼자 회사로 출근하는 현실, 나는 아이와 병원으로 출근하는 현실. 오래 살 수 없는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입김이 선명하게 나오는 집이라.. 윗니와 아랫니는 참을성이 없어 서로 부딪혔다.

“다른 동 관리비 확인해 볼까? 아무도 모르게 슬쩍 보는 건 괜찮지 않아?”

남편과 조용히 같은 평수가 있는 가까운 동으로 향했다. 혹시나 누가 볼까,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소심한 손끝으로 관리비 고지서를 꺼내 들었다. 우리 집은 그나마 보통 수준이라는 게 위안이라고 해야 할까, 깊은 한숨 외엔 다른 대안이 없었다.


1층의 텃밭은 여름이면 온갖 벌레들과 모기들의 집합 장소가 되었다. 아이는 모기떼들의 파티 음식과 같았다. 겨울은 꽁꽁 얼어붙은 바닥이 쌀쌀맞게도 냉정했다. 잠깐 서 있어도 발바닥부터 서서히 얼어붙는 느낌, 냉랭한 현실처럼 느껴졌다. 로망이었던 텃밭은 한순간에 원수가 되어 쳐다도 보기 싫었다.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부터 여러 벌 껴입혔다. 두터운 패딩에 모자, 목도리를 두르고 벗겨지지 않도록 신발 끈을 꽉 조였다. 아이가 현관문 앞에서 종종걸음으로 보챘다.

“나가자!”

아이는 강아지처럼 신나 몇 발자국 뛰었다.

“어? 뭐야. 밖이 왜 더 따듯해?”


집에서는 잔뜩 껴입어도 틈새를 노리며 다가왔던 살벌한 공기가, 밖으로 나왔더니 자연해동이 되는 듯 몸의 긴장이 풀렸다. 걷는 내내 당혹감은 꽤 신선했다. 남편을 만났다. 서로가 반갑다고 신났다. 방방 뛰는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 걷고, 또 걷고. 집 앞에 도착했다. 현관 도어록에 닿는 손가락이 찌릿,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감각은 마음과 다르게 번호를 눌러댔다.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고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덮쳤다. 마치, 이제야 밖으로 나가는 듯이.

“와, 현관문 열면 무슨 냉동고 여는 것 같아. 방금 찬바람 나만 느꼈어? 여기서 더 살다가는 나는 진짜 동태가 될지도 몰라.”

“풉, 다른 집 알아보자.” 남편의 대답만으로 안도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사 온 지 6개월 만에 바로 나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추위에 떨며 지지리 궁상을 숙명처럼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생아 때부터 자주 아팠던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이사가 답은 맞았다.


며칠 후, 남편의 말에 온 신경이 귀로 모였다.

“사무실에 가끔 오는 협력업체 직원이 있거든?”

“응.”

“잠깐 커피 한잔했는데 이번에 계획 신도시로 뉴스에 나왔던 곳, 바로 옆 동네에 산다네? 거기도 재개발 확정됐다고. 2000세대가 넘는데 3억 대래.”

“재개발이면, 오래된 동네라 주변이 휑하겠네?”

“조용하고 살기 좋대. 지금 집과는 반대긴 한데 사무실까지는 대략 한 시간 거리. 어때, 지역을 바꿔볼 생각 있어?”


춥지만 않다면 어디든 괜찮았다. 빌라는 싫다며 아파트를 원하던 남편, 거기에 최소 500세대 이상에 주차는 당연히 가능해야 했다. 분리수거장도 관리가 잘 되는 곳이어야만 남편의 고집도 꺾을 가치가 있었다. 심지어 도보로 이용이 가능한 초등학교까지 있어야 한다는 나름 까다로운 남편이 건넨 말이다. 나는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었다. 열악한 환경, 무엇보다 생존본능이, 그 추위가, 마음까지 급하게 재촉했다.

“오빠, 나는 진짜 춥지만 않으면 돼.”


집 안의 공기는 여전히 차고, 바닥은 전기장판이 없으면 안 됐다. 곧장 아이 방으로 향했다. 업어가도 모를 아이는 양 볼이 붉은 것과 다르게 차고, 숨소리는 거칠었다. 수시로 들락거리며 전기장판의 온도를 확인해야만 했다. 단순히 하루 이틀 버티면 되는 게 아니었다. 유독 길게 느껴지는 겨울, 나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오빠 우리 그냥 주말에 가보자.”

“그래.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응, 알지.”


회사 일도 바쁜데 너무 부담을 주는 건 아닌지, 남편에겐 살짝 미안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따듯한 환경이어야만 했다. 그보다, 코끝이 시리다며 입김으로 장난치던 남편이었다. 어쩌면 남편도 같은 마음일 거라 믿었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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