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능력
2024년 2월 한적한 시골 동네, 겨울이라 인적까지 드물었다. 우리는 산책 겸 단지 안을 둘러봤다. 근처 부동산을 찾아 들어갔다. 집을 추천받았다.
잠시 후, 부동산 중개인의 사탕발림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입주하고 한 번도 바꾸지 않은 적갈색 몰딩과 노래진 벽, 눈에 보일 정도로 여기저기 벌어진 마룻바닥까지. 현실적으로 더 큰 금액이 필요했다. 추천한 집은 우리와 인연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저희가 2000세대가 넘는 것 외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온 탓에, 당장 결정하며 계약하기에는 무리네요. 다음에 다시 들르겠습니다.” 남편도 답이 없어 보였는지, 내게 상의도 없이 급하게 마무리했다.
나는 곧장 문을 향해 몸을 틀었다. 부동산 중개인이 빠르게 잡았다.
“어~ 그러면 혹시 저 위에 신축 아파트도 못 들어 보셨겠네요~?”
“아 여기 계획 신도시가 있다고 듣긴 했는데.”
“네~ 맞아요~ 여기서 차로 10분 거리에 1, 2, 3단지 신축 아파트가 있거든요~ 셋 다 1000세대 이상이고요. 4단지 5단지는 현재 공사 진행 중이에요. 한 번 보시겠어요~? 거기에도 신설 초등학교가 가까이 있어요~ 일단 계약 부담 드리는 거 아니고요~ 이 집은 제가 다 아까워서 보여드리고 싶네요~”
부동산 중개인의 목소리는 호흡마저 떨림 하나 없었다.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했다.
부동산 상가 뒤로 2차선 도로를 쭉 따라만 가면 된다고 했다. 작은 시골 동네를 벗어났다. 계획 신도시답게 여기저기 공사 현장이 눈에 띄었다. 누가 봐도 신축임을 짐작하며 정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저 건너편으로 그냥 산이 아닌 듯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저기 건너편이 혹시 공동묘지인가요?”
“아~ 맞아요~ 시력이 좋으시네요~! 여기는 주변이 다 산이거든요~? 저 위로는 공동묘지가 있어요~!”
“아..”
부동산 중개인이 뒤이어 설명을 늘어놓았다.
“보여드릴 집은 여기 아파트를 몇 채 가지고 계시는 분인데, 사위분 명의라서 빨리 매도하시려는 것 같더라고요. 자, 여기 정문과 가까워요. 밑에는 올라오시며 보셨듯이 상가는 곧 채워질 예정이고, 현재는 마트와 편의점, 카페가 있고요. 저 앞으로는 카페 거리가 만들어진다고 하나씩 들어오고 있어요. 저쪽으로는 길 건너서 아까 보셨듯이 공동묘지, 더 뒤에는 차로 20분 거리에 호수 공원이 있고요. 여기 바로 앞에는 작은 산이 있어서 아이 키우면서 정서적으로 좋으실 거예요. 일단 올라가 보시죠.”
카페 거리라 하기에는 문 연 곳은 단 한 군데였다. 오래된 동네 골목이지만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진 거리가 떠올랐다. 작고 낡은 집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 카페 거리는 반가웠다. 그러나 앞으로 두고 볼 일이었다. 휑하고 휑한 공터들과 공사 현장, 아직 입주가 끝나지 않은 신축 아파트, 시골의 외딴집을 연상케 했다. 우리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동산 중개인이 7층을 눌렀다.
“어! 엄마! 7!” 얌전히 따라오던 아이가 반가워했다. 숫자 7을 유독 좋아하는 아이, 금세 반달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입은 이미 귓가에 걸렸다. 작은 것 하나로 설렌 모습이 눈에 담겼다. 내 눈도 정화된 듯 마음까지 생기가 돋았다.
“그러게, 7층이네? 몇 호일까?”
“1호였으면 좋겠다!”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은 주문이었다.
부동산 중개인을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오른편, 나는 현관으로 향하는 작은 복도부터 왠지 모르게 마음에 쏙 들었다. 현관문에 쓰여있는 701호, 아이도 나도 보물 상자를 여는 것 같았다.
“자, 문 열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다. 부동산 중개인이 현관문을 열었다. 금은보화라도 본 듯했다.
“거 봐요. 제가 말씀드렸죠~? 여기는 일단 판상형 4 베이에 남서향, 보시다시피 채광이 끝내주고요~ 25 평치고 현관도 넓게 빠졌죠? 들어오세요. 오른편으로 작은방 두 개 나란히 있고, 왼편에 화장실, 더 들어오시면 여기가 거실이고 통창 밖으로 산 보이시죠? 그리고 주방으로 시원하게 연결되어 있고, 여기는 안방이고요.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안방 안쪽으로 드레스룸은 작게 빠졌어요. 따로 옷장을 놓으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남자 혼자 월세 사는 집이었다. 짐도 가구도 몇 개 없었다. 25평에 확장형은 더욱 넓게만 느껴졌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능력으로 당장 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30~40평대에 있을법한 넓은 주방과 시원하게 빠진 거실, 통창 밖으로 보이는 산까지 모두 마음에 닿았다.
“혹시 아까 봤던 묘지는 어딘가요?”
“아~ 여기 안방 베란다에 대피공간이 있어요. 일부러 찾아 들어가서 보지 않는 한 안 보이고요. 사실은 묘지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지~ 집은 만족하시는데 고민하신다고 다들 대기 중이세요~! 집 컨디션만 보면 정말 아깝죠~? 오늘 저녁에 한 번 더 찾아오신다고 하신 분도 계세요~!”
부동산 중개인의 입은 쉬지 않았다. 불쾌하지도 않았다.
“여기 거실 통창 가까이 와보세요. 맞은편에 산도 적당해서 답답하지 않죠~? 여기 보이는 공터는 병원이랑 학원 상가들이 들어설 예정이라 구역을 나눠놓은 거예요. 초등학교는 신설이고~ 후문이랑 가까워서 여기서는 넉넉잡아도 교실까지 10분 컷이고요. 참! 내려다보시면 저 앞에 버스 정류장도 종점이라 버스는 계속 서 있어요. 카페도 보이시죠~?”
휑한 공터와 공사 현장뿐이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온 탓에 부동산 중개인의 말로 모든 게 완벽하게 그려졌다.
남편은 내내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혹시 여기 관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아시나요?”
“아~! 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여기는 에어컨이고 보일러고 빵빵하게 틀어도 30만 원도 안 나와요. 제가 지금 여기 전세를 주고 있거든요~? 다른 집 평균 대비 20퍼센트 더 쓴 게 그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우리는 당장이라도 이사 오자고 무언의 눈치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대체 무언가에 홀렸을까? 아이가 좋아했다. 나도 좋았다. 남편도 분명 만족스러워했다. 환하게 반겨주던 채광이 눈을 멀게 했다. 넓은 주방과 거실 그리고 눈앞에 그려진 산까지,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이 집과 운명이겠거니,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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