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마음으로 이사했는데

불길한 징조

by 민시

단순히 둘러보고 오자 했던 가벼운 마음은 그새 급해졌다. 이 집을 당장 눈앞에서 놓치면 후회할 것만 같았다. 결국 우리는 부동산으로 향했다. 계약금 10퍼센트를 송금했다. 10분쯤 흘렀을까, 어느 고운 사모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사모님 어쩌죠? 지금 이분들이 그 집 계약하셨어요~! 그때 보셨던 다른 동으로 다시 보여드릴까요?” 부동산 중개인은 난처한 기색도 없었다.

회색 캐시미어 코트를 단정히 여미며, 사모님으로 보이는 50대 후반의 여성 한 분이 말했다. 추운 바람의 여운이 느껴지며 목소리마저 냉기가 돌았다.

“네? 아니 제가 오늘 다시 보러 오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인기가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계약은 다른 문제죠 사모님~”

“계약하셨다니 어쩔 수 없네요. 잠시 생각을 하고 다시 올게요.”


그녀가 나가고 부동산 중개인은 말을 이었다.

“저 사모님은 친정어머니가 사실 곳을 보러 오셨다가 몇 집 찍어 놓으셨어요~ 여기가 평균 4억 원대로 잡혔지만, 말씀드렸듯이 여러 채 갖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급매도 아주 가끔 나오는데, 운이 정말 좋으신 거예요~! 이 집은 3억 3천에 거래되었지만, 저 사모님께서 보신 집 중에 마음에 든다고 찍어둔 집이 하나 더 있거든요~? 그건 3억 6천 불렀어요. 지금 계약하신 사모님은 벌써 3천을 벌었네요~?” 부동산 중개인은 찡긋 웃어 보였다. 우리는 화기애애한 상태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렸다.


차에 올라탔다. 아까 봤던 그녀가 다시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1주 후, 다음 집을 누군가 3억 6천에 계약했다. 그녀가 아닐까? 우리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대로 호재가 살아있음을 믿었다. 앞으로 집값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한없이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1층 집으로 돌아왔다. 이삿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베란다 청소하며 수시로 나타나는 여러 종의 벌레들이 지긋지긋했다. 그중에 나를 기절초풍하게 만들던 새까맣고 검지만 한 돈벌레 그리마는 보기만 해도 온몸이 구겨지고 또 구겨졌다. 평생 살면서 마주할 벌레들을 다 본 느낌이었다. 그러나 눈 뜨고 일어나기 무섭게 천장 모서리에 쳐진 거미줄과 거미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벌벌 떨며 내쫓던 모습은 없어졌다. 당연하게, 그저 이사할 생각에 흥얼거리며 모조리 청소기로 빨아들여 변기에 내려보냈다. 소름 돋고 지긋지긋한 두려움을 시원하게 내려보내는 느낌이었다.


2024년 4월 이삿날, 나는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새로운 집 701호, 여전히 반겨주는 채광이 전부였다.

“아들~ 여기는 7층이고, 위층 아래층에 피해 주면 안 돼~! 뛰지 말라는 소리야~ 알겠지?”

“네!!”

한껏 신난 아이, 그러나 아이를 키우며 적어도 눈칫밥은 먹기 싫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도 받고 싶지도 않았다. 며칠 뒤 층간 소음 매트를 시공하기로 했다.


잠시 분리수거하러 나갔다. 슬리퍼 소리부터 요란한 어느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그녀가 던진 우유 팩은 하필 내 머리 방향이었다. 머리카락에 스친 바람이 느껴졌다.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런 사과도 없었다. 우리 동을 향해 그대로 사라졌다. 그녀와 엮이는 게 오히려 찝찝할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왔다. 가구를 배치하며 끙끙거리는 남편을 도왔다. 이번엔 서랍장이 떨어지며 발가락까지 골절됐다. 그저 이사 신고식이라 생각했다.


아침형인 우리는 새벽 6시면 눈을 떴다. 아이는 더 이상 낮잠을 자지 않았다. 저녁 6시만 되어도 쏟아지는 잠과 사투를 벌였다. 아이가 잘 자는지 수시로 확인하려 방으로 들어갔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예민해졌다.

‘옆집일까, 아랫집일까?’

환기를 위해 잠시 열어둔 창문이었다. 잡을 수 없는 담배 냄새만이 춤을 췄다. 자는 아이의 주변을 신나게 드나들며. 담배로 인한 소통은 조심스러웠다. 더욱이 이사 오자마자 이웃 간의 갈등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이 방 창문은 열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거실 창으로, 안방 창으로, 화장실로,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담배 냄새는 두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뱉어야 했다.


일주일쯤 지났다.

“딩동”

인터폰으로 비치는 얼굴은 며칠 전 분리수거 하며 만났던 그녀였다. 조심히 현관문을 열고 어떻게 오셨는지 물었다. 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녀는 곧장 입에 힘을 주며 말했다.

“801호 사는 사람인데요.”

“아~ 네 안녕하세요.”

“시끄러워서 왔거든요?”

“아~ 저희가 지난주에 이사 왔거든요. 정리하느라고...”

“됐고, 애 자꾸 울리지 말고 알아듣게끔 설명하고 설득하세요.”

“네?”

말까지 자르는 예의 없는 태도였다. 불만을 입냄새로 쏟아내듯 역했다.

‘이래서 첫인상을 무시 못 하지.’


얼마 전 주말 아침이었다. 아이는 작은 것 하나로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부터 집이 떠나가라 울었다. 그 일 때문이라면 801호 그녀를 이해하고자 죄송하다고 먼저 사과했다. 그녀는 대답도 없이 쏘아보며 돌아섰다. 눈앞에서 멀어지며 비상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나보다 5살쯤 많아 보였다. 감정적인 이웃이니 조심하기로 했다. 남자 혼자 살았던 집에 애가 있는 가족이 들어왔으니, 당분간 위아래 층이 적응하기 힘들겠다 싶었다.


울었나 싶은 아이도 있겠지만 한 번 울면 고집이 꺾이지 않는 아이도 있다. 부모로서 쩔쩔매다가도, 적응해 들어주지 않기도 한다. 안 그래도 아이의 우는 소리가 신경이 쓰였다. 누구든 주말은 늦잠을 자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른 아침부터 민폐가 될 수 없어 산책을 나섰다. 그러나 이미 늦은 모양이었다.


남편과 상의 후 이웃을 위해 배려하기로 했다. 주말마다 눈 뜨면 동네 산책부터 하기로 했다. 아이에겐 모험을 떠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며.

“쉿, 아직 새벽이야. 사람들 다 자는 시간, 현관문 열면 모험은 시작되는 거야. 단, 조용히 따라와야 해~”

“네~!!”아이는 앙증맞게 웃어 보였다. 양손을 들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눈빛과 표정만으로 보물을 한가득 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만 배려하면 되는 줄 알았다.












* 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허술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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