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7일 차(2025. 1.15)
7일 차 빈의 새벽은 눈이 내린다. 6시 55분, 모차르트와 카라얀의 고향 잘츠부르크행 기차를 탔다. 기차 창밖의 설경이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논(밭)이 보이고. 멀리 산이 보나고 송전탑과 전선들. 옹기종기 마을을 이룬 집들~. 대규모 하우스 단지 같은 것들도 보이고..
잘츠부르크 도착. 영하 5도. 실제 여기 온보다 체감 온도는 조금 높다.
이번 여행은 정말 배낭하나 달랑 메고 온 여행이라 옷도 많지 않고 준비물도 그다지 많지 않다. 경량 패딩밖에 챙기지 않아 여러 겹을 끼워 입었다. 유니클로나 H&M에서 패딩하나 사면 되겠다 싶다만..
여기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잘츠부루크 카드를 구입하고 대중교통과 일부 관광지를 무료로 이용한다.
로마나 비엔나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일까? 도심이 너무도 깨끗하고 평온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걸음걸이 표정 또한 바쁜 기색보다는 정(靜)적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버스노선이 잘 발달되어 있는데 트렘구조가 아니라 전선이 공중에 노출되어 있는 형태이다. 나름 운치가 있다.
11시 30분. 미라벨 궁.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 선생님은 바로 이 궁전 정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송을 부른다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 거주한 작은 집이 보존되어 있었고,
카라얀 생가는 아직도 일반인이 거주하고 있어 내부는 미개방이고 겉에서만 볼 수 있었다.
거장의 생가라기엔 너무도 초라한 동상 하나와 벽에 붙은 안내문이 이곳이 카라얀의 생가임을 알려주는 정도였다.
카라얀이 죽은 뒤 이곳 잘츠부르크 대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올리고 외곽 작은 성당 부지의 묘소에 작은 무덤으로 그의 유해는 안치되었다고 한다. 분명 사후의 장례나 묘지 기타 본인의 관한 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유언이 있었나 싶다.
모차르트 생가는 모차르트재단 소속의 박물관으로 보존되고 있다. 소복한 눈이 내리고, 박물관으로 운용되는 생가 내부애는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흘러나오고 있다.
1시, 7-burger라는 현지 맛집(구글별점 4.8)에서 수제 햄버거를 먹는다. 솔직히 지금까지 먹어본 햄버거 중 최고의 맛. 겉만 바삭한 촉촉한 빵, 신선하고 식감 좋은 야채, 잡내 없이 고유한 고기 맛 그대로의 패티. 그리고 통감자를 바로 썰어 뛰긴 튀김. (국내 론칭 시켜도 성공할 것 같은데…). 이 번 여행을 통해서 햄버거가 이렇게 유효한 음식인지 느꼈고, 지금까지 살면서 먹어본 개수보다 훨씬 더 많은 햄버거를 먹는다.
점심 먹고 잘츠부르크 대성당
모차르트가 오르간 연주. 카라얀의 장례 미사가 집전됨. (이곳에서 리카르도 무티 지휘로 빈필이 모차르트의 레퀴엠 연주)
로마에서 보던 르네상스 양식에 빈에서 본 고딕이 혼합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바로크 양식) 큰 애는 그냥 르네상스 양식이라 우긴다. 넘어간다. ㅎㅎ.
(****이번 여행에서 느낀 교훈 중에 하나…. 비록 아들이라도 이기려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하물며 타인을 대할 때는 어찌해야 할까?)
성당을 둘러보고 호엔잘츠부르크성은 푸니쿨라라는 탑승기구를 타고 올라가는데 수리 기간이다. ㅜㅜ. 눈을 맞으며 아들과 중간 높이까지 걸어 올라가며 눈 속의 멋진 데이트를 즐긴다. 성을 오르는 중간쯤 시내 쪽을 돌아보나 바로 앞의 대성당 정경이 너무도 멋지다. 시내 전체를 조감할 수 있을 듯한데. ㅜㅜ. 오늘은 눈이 내려 가시거리가 짧다. 아쉬움은 남지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리는 대공연장까지 눈을 맞으며 함께한 아들과의 데이트가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방문할 계획이었던 슈티클 브로 이 양조장이 오늘 클로즈. 스타벅스에서 멍 때리기 1시간 30분. ㅎㅎ(너무 추워서)
다시 구글 검색엔진에 도움으로
수도원맥주. 아우구스티너 브로이를 찾아갔다.(Augustiner Bräu Mülln, 구글평점 4.5) 400년 넘게 이어온 수제맥주와 바비큐. 그리고 돌로 된 잔을 선택하여 맥주를 구매하는 독특한 절차까지 최고의 펍(호프)과 분위기를 맛보았다.
오늘 하루 큰 애와 멋진 데이트. 살짝 한국에 있는 애 엄마가 생각났다. 빈으로 돌아오는 기차는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술에 취함이 아니라 추위와 피곤함에 곯아떨어졌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