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8 일차(2025. 1.16)
빈에서의 마지막날
오늘은 일정이 많지 않아 좀 여유가 있다. 아침을 누룽지와 비엔나 햄으로 숙소에서 간단하지만 푸짐하게 먹고 트렘을 타고 중앙묘지로 이동한다. 시내 외곽이라 한 시간 정도 소요되고 마치 시티투어를 하는 기분이다.
빈 사람들에게 모자는 필수품인가?
아님 겨울이어서 인가? 정말 모자를 많이 썼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비니도 많이 쓰고 있다.
10시 빈 중앙묘지 도착.
큰 아이가 꼭 가야 된다는 곳. 베토벤, 슈베르트 , 브람스 , 요한슈트라우스 1세. 2세. 체르니, 쉔베르크, 심리학자 아들러, 물리학자 볼츠만의 무덤. 한 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아무리 유명인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 하지만 한 시간이 넘게 공동묘지에 있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중에 귀국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큰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베토벤 전기를 읽은 후부터 꼭 이곳에 와보고 싶어 했다고 한다. 아마도 나 혼자만의 여행이었다면 이곳은 방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하지만. 묘지를 나오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한시적 물리적 삶과 죽음.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여 지속되는 삶..
베토벤의 음악이 세대를 넘어 지속된다 한들 그 육체는 죽음 이후 초라한 한두 평의 공간에 머물 뿐. 그래서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카를성당. 그제 밤. 빈필 공연을 본. 음악협회 바로 옆에 있었다. 바로크 양식의 대표 건축물. 큰애는 르네상스라 한다. 틀린 건 아니니 그려려니 하자.
다른 성당과 달리 입장료를 받았고 또 다른 건 2층. 3층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2층 제대 맞은편(파이프 오르간 있음)에서 제대를 볼 수 있음. 낮은 곳에서 올려다만 보다 눈높이가 맞는 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 타원형 메인 돔을 중심으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은 각각 대칭을 맞추기 위함인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오르내리게 설계되어 있다.
성당을 나와 광장 왼쪽 비발디가 묻혔다는 안내 표지가 있어 큰 애가 구글검색을 한다(오전에 묘지에서 느낀 또 한 번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상념. 이태리출신 비발디는 빈으로 이사하여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다 어느 그 성당에서 객사를 하는데 행려자들 사이에 섞여 묻혔다 한다. 바로 그 자리였다)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걸어 나오는데 광장(칼스플라츠) 앞 공원에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린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보인다. 어제 눈 내리는 잘츠부르크에서도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6~8세쯤 보이는 아이들.. 인솔 선생님은 큰 통제보다는 애들의 안전 정도만 신경을 쓰는 듯하다, (나도 우리 애들이 어린 시절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 프로그램에 몇 번 참석해 봤지만 좀 다른 느낌이다.)
거리에서 카를성당 모습을 그리고 있는 무명의 미술가(?)를 보게 되었다. 웅크리고 앉아 마치 사진을 찍듯이 그리고 있었다. 연습하는 듯..
점심은 햄버거로 간단히 먹고, 마지막 여정이 4시 벨베데레 궁전인데 시간이 남는다. 빈 중앙역 휴게소에서 큰애와 큰애의 애플 노트북으로 카라얀 지휘의 베를린필을 듣는다!!!(카라얀이 오스트리아 사람이니 이해하겠지?
4시. 벨베데레 갤러리
레오폴트 미술관 이후 다시 만난 에곤 쉬레(선), 리하르트 게르스틀 등(터치) 그리고. 구스타프 클림트.
5일 차 레오폴트에서는 에곤 쉬레나 리하르트 게르스틀이 특이해 보인다 생각했을 뿐이었지만 오늘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되고 특히 클림트의 많은 그림들을 보게 되니, 크림트 안에 쉴레와 게르스틀이 공존함을 느꼈다(인터넷 서핑을 하지 않고 그림을 보고 느낀 나의 개인적 의견 임). 키스를 비롯한 크림트의 대표 작품들이 1층에 전시되고 있어 1층은 혼잡하기도 했지만 2층에서 로댕의 조각(빅톨위고기념비). 고호(아우버 평원). 몽크(바닷가의 남자) 자크루이데이비드(나폴레옹) 등 나의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재미는 계속되었다. 1층에서 마주친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은 2층에서 대부분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5시 30분, 립스 오브 비엔나 (Weihburggasse 22 비엔나. 구글별점 4.4) 동양인의 입맛에 맞게 요리한 갈비. 현지인보다 오히려 한국인 등 동양인이 많음. 갈비를 바비큐 한 것. 한국에서 처럼 손으로 들고 뜯어야 하는데. ㅜㅜ, 익숙지 않은 나이프와 포크가 어색하다. 베를린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중앙역으로 다시 이동하다 보니 오히려 스시와 딤섬을 파는 동양 요릿집에 현지인이 더 많다.
중앙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기다린다. 9시가 넘어지면서 취객들. 노숙자들이 모인다. 시끄럽고, 오랫동안 씻지 못한 듯 냄새도 나고(물론 나도 그러겠지만). 3~4명은 이미 오랜 친분이 있는 듯 서로 재미가 났다. 사람 사는 곳은 모두 똑같은가 보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로마든 비엔나든…. 제복을 입은 관리자들이 취객 한 명을 컨트롤하니 그동안 떠들어 대며 자신들만의 재미를 즐기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내일 베를린은 또 어떨까? 지쳐 쓰러진 아이의 모습.. 우리는 베를린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