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취소된 비 오는 날 아침
라운딩 일정이 잡히면 보통 3~4일 전부터 일기예보를 보게 된다. 보통 CC에서는 티업 3~4시간 전쯤에야 당일 취소 여부를 확정해 주는 모양이다.
오늘은 아침 7시 50분에 이번 라운딩을 주관하신 선배님께서 단톡방에 취소를 알려 주셨다. 오늘은 고등학교 선배님들과 3개 팀 12명이 예정이었는데….
골프 초보인 나는 라운딩은 언제나 소풍 가는 기분이다.
며칠 전부터 연습장에 나가서 가지고 있는 모든 클럽들을 점검(?)해보고, 온라인으로 구장(?)을 방문하여 필드 컨디션도 살펴보고, 당일 사용할 Ball을 넉넉히(?) 챙기고..
가방에 당일 입을 운동복들과 속옷, 양치도구, 선크림 등 부대 장비(?)들도 미리미리 준비한다.
단체 경기가 아닌 일반 4인 경기시에는 동반자에게 깜짝 이벤트도 준비해 본다. 깜짝 이벤트는 동반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은 골프공을 준비해서 ‘다음에 운동하실 때 이용해 보세요 ‘라고 전하는 경우가 제일 많지만. 가끔은 색다른 이벤트를 통해 추억도 만들어 본다.
3년 전 딱 이쯤인 듯하다. 두릅이 제철인 때…..
참두릅 한 팩을 전날 밤 잘 데쳐서 초장과 함께 포장하여 작은 보냉 팩에 넣어 갔다.
전반홀이 끝나고 그늘집 휴식시간에 간단한 간식을 주문하고 준비한 팩을 꺼냈다. 모두가 50대를 훌쩍 넘긴 동반자들…. 반응은 환상적..
모든 동반자들이 애엄마를 칭찬한다. ‘제수씨가 이런 거까지 준비해 주셨는가.‘ 사실은 애엄마 눈치(?) 보면서 내가 준비한 건데…
이럴 땐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한다. ‘형님들과 운동 나간다 했더니 준비해 주데요…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다면서요..‘
친구들 중 일명 ‘국대’로 불리는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하니 바로 아버지가 필드에 데리고 갔다 한다. 무려 구력 36년… 친구들 모임에서나 함께 할 수 있는 과분한 녀석이다. 가끔 모임에 나가면 그 친구의 목표는 항상 18홀 전홀 Par다. (같은 스코어여도 전홀 Par는 의미가 다르다고 한다)
나는 이제 3년. 그동안 배울 기회도 많았고 10여 년 전에는 레슨도 받았지만 게으른(?) 천성으로 머리 올린 지 이제 만 3년.
그래서인지 아직도 소풍 가는 기분이다.
3~4일 전부터 일기예보를 들여다보다 오늘 이른 아침 취소 연락을 받고 나니 오늘은 참 긴 하루가 될지 싶다.
대학생 큰 아이의 올 생일에는 클럽세트를 선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