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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상념 (6)

비 오는 날 점심…. 순대국 한 그릇

by 메모한줄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5일장 국밥집 앞 풍경.

커다란 솥 위에 가득 쌓인 곱창으로 만든 순대와 돼지 부산물들. 고향을 떠나 도회지 생활을 하면서도 크든 작든 재래시장 한 곳에서 늘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나는 참 순대와 순대국을 좋아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서울, 경기도는 물론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를 거쳐 다니며 이곳저곳 맛있는 식당들도 찾아다니곤 했다. 부산은 돼지국밥, 광주 담양은 창평국밥이 유명하여 딱히 식당 이름을 나열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각각의 독특한 맛이 있으니 好.不好를 구분하는 것도 그다지 무의미해 보인다. 그래도 전북에서는 삼례 유성식당. 충남에서는 홍산의 할매순대국 집은 다시 찾고 싶다.


순대국을 먹으면서도 어쩜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라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오늘 점심으로 10,000원짜리 순대국 한 그릇을 앞에 두고는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퇴직을 하고 5개월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여행, 독서, 등산, 골프, 공연과 전시회 관람 그리고 때론 늦잠과 멍 때리기, 소원했던 지인들과의 만남.. 시간의 흐름은 변함이 없다.


이제 머지않아 새로운 직장생활도 시작하게 되었고, 부업으로 작은 셀프 운영 가게도 오픈했다. 작은 가게라고 하지만 상가를 알아보고 계약을 체결하고 인허가를 위해 관공서를 드나들고 사업자등록, 인테리어와 매장 공사, 장비 세팅, 홍보 마케팅 그리고 손님 응대까지 일련의 과정이 대기업 유통 25년을 경험한 나에게 쉬운 것 하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갑자기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

‘10,000원의 이익을 남기려면 얼마의 매출을 올려야 하나?’


맹자는 利를 말하는 양혜왕에게 “오직 仁義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맹자, 양혜왕 상) 어찌 不仁.不義한 利를 바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대기업 간부로서 17년을 살아온 나에게 식당 주인이 정성 들여 말아 준 순대국 한 그릇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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