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 Feb 21. 2022

다사다난한 남미 여행

페루 5편


  페루 여행


   페루 와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아는 스페인어라곤 올라 그라시아스 두 단어만 알고 있던 나는 하루에 올라 그라시아스만 100번씩 쓰고 있었다. 


 일단 못 알아들으면 그라시아스를 깔고 들어간다. 지금 까지는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왕 또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 왔으니 현지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는 것 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스코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대충 가격을 알아보니 시간당 30 솔 대략 만원쯤 안 되는 가격이었다. 단체 수업도 좋지만 나는 정말 스페인어 기초이기 때문에 1:1 과외를 신청했다. 

 스페인어 수업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엄청난 걸 기대한 게 아니기 때문에 10일 정도 지내는 동안 재미를 위해 배웠다. 


 나이가 40대 정도 돼 보이는 어머니 뻘에 페루비안이었다. 수업은 하루에 3시간 정도 했는데 한두 시간 정도 수업하고 1시간은 쓸데없는 노가리를 깠다. 정말 스페인어를 엄청 잘하고 싶어서 배우는 게 아니라면 한 번쯤 배워보는 것 도 나쁘지 않았다. 항상 수업이 끝나면 호스텔에 있는 선베드에 누워 있거나 해먹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쿠스코에 있으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였다. 

 

 나는 놀고 있었고 동행친구가 투어를 다녀오면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호스텔 방에 들어가 지갑을 가지러 들어갔는 데 지갑이 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이게 왜 여기 있지 잠시 생각을 하고 지갑을 가지고 밥을 먹으러 갔다. 그나마 괜찮은 페루 음식점을 찾았다고 해서 가보니 코스 형태로 나오는 곳 이 었는 데 나쁘지 않았다. 사실 쿠스코 가 워낙 관광지로 상업화가 많이 되어있어서 그런 지 다른 페루 지역에 비해서 물가가 엄청 싸지는 않다. 밥을 먹고 돈을 내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지갑에 있던 현금이 하나도 없었다. 갑자기 띵했다. 


  사실 나를 며칠 정도 본 친구들은 알겠지만 물건을 정말 잘 잃어버린다. 잘 챙기질 못하는 성격이라 항상 옆에 다른 사람이 챙겨주곤 하는 데 지갑 안에 현금이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너무 문제없이 와서 긴장이 풀어진 탓인가 카드만 있고 현금은 하나도 없었다. 침대 위에 지갑만 덜렁 있는 게 이상하긴 했었다. 그럼 그렇지 지갑 안에는 대략 천불 정도의 달러와 약간의 페루비안 솔이 있었는데 다 털렸다. 


 일단 호스텔로 돌아와 내 침대를 다 뒤지기 시작했다 가방도 다 꺼내고 캐비닛도 다 찾아보았지만 현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못 찾을 걸 알고 있었지만 리셉션에 가서 내 상황을 이야기하고 cctv를 돌려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cctv는 당연히 우리 방안에는 없었고 그나마 우리 방 쪽을 비추는 cctv 하나만 있었는데  그것만을 보고는 누가 내 돈을 가져갔는 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날렸다 천불 내 돈. 


 내가 부주의해서 잃어버린 것이기에 누구한테 할 말도 없었다. 깔끔하게 포기를 하고 그날 저녁에 한식을 먹기로 했는데 가서 그냥 소주나 하나 따기로 했다. 저녁식사를 하는 이곳은 한인민박인데 사장님이 한국에서 장사를 하셨 던 분이라 요리를 정말 잘하신다. 한 달 만에 먹은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을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물론 소주도 정말 이지 좋았다. 

 

 일행 중 두 명이 쿠스코를 떠나고 다섯 명 중 세명이 남은 상황에서 와라즈부터 같이 온 친구는 일주일 정도 더 있기로 했고 한 친구는 다음날 간다고 했다.  또한 며칠 투어를 안 하고 쉬고만 있으니 심심해서 투어나 해볼까 해서 파비앙 여행사로 갔다. 


 쿠스코에 가보면 알겠지만 투어를 하지 않아도 파비앙을 갈 수밖에 없다. 라면도 사야 되고 상담도 받아야 되고  나도 일주일 동안 투어도 안 하는데 일주일 내내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그날도 그냥 심심해서 파비앙에 갔다 하도 가다 보니 파비앙이랑 친해져서 파비앙이 넌 왜 투어를 안 하냐고 물어봤다. 오전에 스페인어 수업을 받는다 쉴 거다. 난 너무 돌아다니면 힘들다. 근데 심심해서 와 봤다고 하니 얼마나 쿠스코에 있을 거냐 고 물어봤다. 그래서 한 1-2주 정도 이따가 가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더니  좀 고민을 하더니 혹시 있는 동안 자기를 도와줄 수 있냐고 했다. 급여는 지불해 주겠다고 했으며 어려운 건 아니고 한국인들 오면 상담 정도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페루 사람이 운영하는 한국인 여행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천불도 히피들한테 기부했고 뒤에 일정이 빡빡하지 않았던 나는 그렇게 일을 하게 되었고 쿠스코에서 2달 반 정도를 더 지내게 되었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본인의 방식에 따라 살아가는 게 좋다고 보는 나로서는 계획하는 걸 잘하지 못 한다. 남미에 오는 여행객들을 보면 액셀 파일에 모든 일정을 표에 만들어서 움직인다. 


계획에 따라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걸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여행자들을 보면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나처럼 알 수 없는 일도 많이 일어난다. 지갑 도난이나 여행사에서 갑작스럽게 일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여행은 재밌는 것 같다. 


 원래 이 여행사는 나처럼 쿠스코에 오래 있는 여행자들을 단기 알바로 같이 일하는 것 같았다. 대체적으로 내 업무는 이렇다 카톡으로 오는 예약을 한국말로 답변해 주고 예약을 한다고 하면 예약금을 받고 예약을 진행해준다. 또한 여행사에 오는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한국말로 상담을 해주는 일이었다. 지갑 잃어버린 건 싹 다 잊어버리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작가의 이전글 다사다난한 남미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