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식사
박 노 빈
곧 죽으러 가는 사형수가 바라보는 미루나무 꼭대기 하늘은 왜 이다지도
새파란가
진달래꽃 산수유꽃 목련꽃이 아름다워 가기 싫은 낙엽의 길
무릎 위에 차곡차곡 쌓이면
산꼭대기에 내 몸뚱이를 부려놓고
새를 부르자
제복을 펄럭이는 저승사자
내 뼈만 남았을 때 이름을 물고
저승으로 날아갈 것이다
다섯 번 고이 접은 내 꿈의 날개가 저렇게 투명하게
물체로 남기 전에 난 뭘 해야 하나
새들은 젤 꼭대기마다 앉아
온 세상을 샅샅이 뒤적여보고 있다
똬리를 틀고 도그리고 앉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산정마다 널부러져 있는 조장의 흔적
갑자기 큰 까옥 소리가
이팝꽃 아카시꽃 위로 날아 산정으로 치닫는다
이 건물 젤 꼭대기 외진 곳에
비상 계단이 끝나는 곳에 운명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옥상에 앉았다가 화들짝 날아가는 까마귀
사슴벌레의 자랑, 집게발만 남겼다
빗돌 위에서 종종걸음치며
지난 생을 반추하다가 잔디 드문 봉분을 깡총걸음으로 걷는 까치
육탈 된 치아만이 관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