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에게

by 박노빈


이순(耳順)에게


박 노 빈


이 고집불통아


듣고픈 것만 듣는


온 세상이 두껍고 새하얀 햇솜이불을


덮은 한겨울에 선명하게 들린


- 뻐꾹 뻐꾹 뻐 뻐꾹


청소년 단체 캠프에서의 회식 자리


모두에게 들리는 줄 알던 그 여름 철새의 울음소리


따뜻한 서역 싯다르타의 나라에 가지 못한 뻐꾸기가 내 귀에 깃들었다


뻐꾸기는 매미와 시냇물과 바람을 낳아 놓고 사라졌다


잡음이 심한 스피커가 밤낮으로 몇 십 년을 단 한순간도 꺼지지 않는다


소음에 시달리며 어지럼증이 심한 이런 세상이 있을 줄이야


네가 되기도 전에 너를 앓고 있다


결코 순하지 않은 귀를 데리고


네 문턱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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