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속에서 살아나는 유럽의 신들

- 러시아 시편 3

by 박노빈



분수 속에서 살아나는 유럽의 신들


- 러시아 시편 3 여름궁전의 대 분수대


박 노 빈




열한 시가 되자, 여름 궁전 대 분수대에


지구촌 사람들이 다 모인 듯하다


금으로 번쩍이는 근육 맨, 삼손이 찢는 사자의 큰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 장쾌한 물줄기를 보기 위해서


러시아를 괴롭히던 사자를 폴타바 전투에서 무찌른 삼손,


표트르 대제가 러시아의 베르사유 궁전을 만들고 싶은 열망을 담아


1723년부터 쏘아 올리는 물줄기를




대 분수대에는 유럽의 이야기 속 인물들도 모여 있다


신화 속에서 걸어 나와 저마다 자기 자세를 취하면서


삼백 년 동안 모터도 없이 육십 리 밖 호수에서 흘러오는 힘으로만


솟구치는 사이펀의 물줄기들 사이에 서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메두사의 목을 베어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


팬파이프와 포도송이를 들고 있는 목신 판


악기를 들고 춤추는 사티로스


엉덩이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갈라퓌고스의 비너스’


오른 손에 번개를 들고 있는 제우스


꽃과 돈과 번영의 여신 플로라


사티로스와 함께 있는 술의 신 바쿠스


여성 무사족인 아마조네스


태양신이자 예술의 신 아폴론


애꾸눈 거인 폴리페무스의 구애를 거절한 바다의 요정 갈라테아


알몸을 다 드러내지 않고 가릴 곳은 살짝 가리는 ‘정숙한 비너스’


아버지 제우스의 전령신이자 상업의 수호신, 여행자의 수호신, 도둑과 사기꾼의 수호신, 웅변의 신인 헤르메스


신들의 잔치에서 음료수를 접대하는 트로이 왕 트로스의 아들 가니메데스


달의 여신 다이애나가 목욕하는 장면을 보아, 사슴이 되는 사냥꾼 악타이온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총애를 받고 이집트에 갔다가 익사한 미소년 안티누스


네바 강의 여신과 볼호프 강의 남신


거친 바다를 잠재우기 위해서 소라 나팔을 부는 포세이돈의 아들인 인어 트리톤, 바다의 요정 네레이드


첫날밤을 보낸 후 남편을 죽이고, 지옥에서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채워야 하는 벌,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의미 없는 노역을 하는 다나우스 왕의 쉰 명의 딸들인 다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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