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시편 4
한여름에 웬 패딩
-러시아 시편 4
박 노 빈
아홉 시간을 날아 점심때 도착한 모스크바
겉옷이 또 한 벌 있었지만, 한 벌만 걸치고 다니니
저녁때까지 내내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다
상상을 못했다, 팔 도가 이리 추울 수도 있다니
지금 서울은 타는 듯이 더운 폭염주의보 속 삼십오 도
우산과 반팔 옷과 패딩까지 필요하다
소나기가 잠깐잠깐 오다가 해가 쨍쨍 났다가 흐렸다가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가
하루에도 골백번 날씨가 변하는데
8월초에 한여름은 지나가고 초가을이 오고 있나 보다
차이코프스키가 백조의 호수를 작곡하는데 영감을 얻었다는
노보제비치 수도원 호숫가엔 벌써 단풍이 물든 나무가 있다
밤으로 밤으로만 이어지는 겨울이 기나길어
집에만 있게 되고
짧은 여름도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소나기가 지나가서
사계절 옷이 하루에 필요한,
화창했다가 흐렸다가
변화무쌍한 날씨
모욕과 분노와 복수가 묘하게 얽힌 약혼자의 돈 삼천 루블을 쓰면서,
표도르도 돈으로 유혹하려는 미모의 스물두 살 그루센카에게
치근대는 큰 아들 드미트리의 성격이나,
시궁창에 잠든 백치의 거지 스메르쟈시야에게서 자기를 죽일 아들을 얻는
카라마조프가의 호색한 아버지 표도르의 성격처럼
변화무쌍한 이 나라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