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하다. 5년의 육아휴직이 이제 3주 후면 끝난다. 5년 동안 어딘가의 소속이 아닌 그냥 나로 살아가는 것이 자유롭고 편안했으며 아주 익숙해졌다. 타인의 눈치를 그렇게 많이 보지 않아도 됐고, 보기 싫은 사람은 거리를 두거나 안 만나도 됐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배우고 싶은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만들어갔다.
5년 전 휴직을 앞둔 어느 겨울이 생각난다. 그때도 나는 불안했다. 익숙했던 직장생활을 멈추고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 낯설었다. 그리고 나 자신과 굉장히 밀착되어 있고 자긍심을 느꼈던 업무를 내려놓는 것이 두려웠다. 다른 측면에서 주말부부와 혼자 두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힘들고 스트레스 상황이었다.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는 시점임에도 몸에서 저항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불편하고 익숙한 상황을 부여잡고 싶었다.
그때 정신분석 선생님께 상의를 했고 지금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한 5년의 시간이 나중에 어떤 수십의 시간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 나에게 해주신 그 말은 아마도 나의 특수한 상황 즉 주말부부이고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혼자 양육하는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정신분석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문장이 기억난다. “익숙하지만 불편한 삶을 계속해서 살 것이냐? 아니면 낯설지만 건강한 삶을 살 것이냐? 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의식을 자각하지 못한 채 익숙하지만 불편한 삶을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반복해서 살아간다고 한다. 자신을 통찰하고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몇몇은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낯설지만 건강한 삶을 산다고 한다.
변화의 길목에 들어서면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긴다. 지금 내 선택이 익숙함에 치우쳐서 불편한 길에 머무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낯설지만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성장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것인지 자신에게 되묻는다.
내면에서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준다. 당장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나에게 진짜 유익이 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알려준다.
익숙함에서 낯선 곳으로 가는 길은 불안하다. 불안하다고 뒤로 후퇴하거나 도망칠 수 없다. 불안을 딛고 한 발짝 내디뎌야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5년 전 변화에 불안을 느꼈고, 현재 또 다른 변화에 불안을 느끼듯 인생에서 불안은 피할 수 없다.
지금처럼 5년 전 변화의 두려움을 추억처럼 꺼내 보듯이 훗날 지금의 변화의 두려움도 추억처럼 꺼내 볼 날이 오겠지. 불안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동시에 내가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또한 살기 위한 에너지가 된다.
불안에 압도되지만 않는다면 불안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불안을 느낄 때 너무 그 감정에 겁을 내기보다 지금 느끼는 불안이 현실적인 것인지 아니면 비현실적인지를 가만히 관찰하여 불안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 불안과 대면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자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