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부터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서 아이들이 깨기 전까지 나만의 시간을 확보했다. 그 시간에 성경 읽기와 독서를 하고 기도하고 실내 운동을 했다. 그렇게 하루의 첫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활동으로 하니 성취감과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고 하루의 일과를 다 이루어낸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또한 아이들에게 내는 짜증과 화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피로한 탓이었을까? 아니면 남편 직장 이직 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은 것일까? 5월에 이석증이 오면서 나의 일상이 중단하고 아이의 기본적인 생존권인 밥 챙기는 것도 겨우 했다. 몇 초 동안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처럼 머리가 갑자기 핑 도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처음엔 뇌에 문제가 있는 걸까? 싶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귀에 이상이 있는 것이었다. 5월 한 달은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늘 침대 신세를 졌다. 잦은 어지럼증에 따른 구토로 변기통을 내 친구처럼 안고 있을 때가 종종 있었고 캘리 수업을 하러 갔다가 어지러워서 다시 집에 온 적도 있었다. 평소 하던 운전도 운전 중에 갑자기 어지럼증이 오면 사고가 날까 두려워 잠시 중단했다.
한 달 동안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5월 말에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보았다. 정밀검사를 받고 재활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5월 초 오른쪽에만 이석증이 왔는데 5월 말에 가니 왼쪽 귀에도 이석증이 왔다고 했다. 6월 말 즈음에 심한 어지럼증은 사라졌으나 간헐적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경미하게 느끼는 어지럼증은 가을까지 계속되었다. 이석증이란 병이 일상을 뒤흔들어놓고 많은 시간을 누워서 지내는 동안 시간을 허비한 거 같아 속상했다. 웬만해선 잘 아프지 않았던 나는 병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누구나 아플 수 있고, 아프면 푹 쉬어야 낫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건강하다고 자만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이석증을 통해 내 몸을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동안 첫째 아이는 혼자 전기밥솥에 밥을 해서 죽 밥을 먹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끄는 것도 알게 되고 웬만한 설거지는 곧 잘하게 되었다. 워낙 독립적이고 다른 사람의 도움받는 걸 불편해하는 나인지라 이런 상황 중에도 양가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 봐 말씀을 안 드리고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했었다. 그로 인해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 아이가 정신적으로 더 성장한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