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 설렘, 기대가 있다. 그리고 내 가 가는 길이 어찌 됐든 고통도, 아픔도 없는 꽃길이길 바란다. 그러나 삶은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없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때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청객이 제멋대로 망가트리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렇기에 새로운 길은 두려움도, 설렘도 다 옳다.
정답 없는 인생이기에 이 길이 내 길이라 생각 들면 그냥 가 보는 거다. 나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그 길이 아닌 다른 길, 다른 선택 말이다. 장기 휴직... 2017년 12월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처음엔 아침 일찍 출근 준비하지 않는 내가 어색했다. 하루 종일 내 시간이 주어지자 뭘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휴직하고 일주일이 지나니 이것도 점차 적응이 되어 가는지 도서관에 걸어가서 책도 빌리고, 강둑도 걷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오기 전 저녁거리도 준비하고 아이들이 오면 아파트 놀이터에서 한 시간 신나게 뛰노는 모습도 보고... 어느 순간 이 삶이 일상이 되어있었다. 아이들이 유치원,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면 “그래, 가기 싫으면 오늘은 쉬자.”라고 얘기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기대했던 일들을 실제로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퇴근 후 싱크대 앞에 서 있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칭얼대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잘 놀았다. 가장 좋은 건 등원, 하원할 때마다 다른 엄마들처럼 배웅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2018년 1월 20일 이사를 했다. 첫째 아이의 학교 입학 전 새로운 곳에서의 출발이었다. 이사하자마자 긴장한 탓인지 피로한 탓인지 나와 첫째 아이는 동시에 독감에 걸려 2주 동안 집에서 격리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2월 초부터는 태권도 학원을 알아보고 지역 내에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기관들을 탐색했다. 체육센터, 도서관, 복지센터 등.. 아이들과 일주일에 서너 번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회사 다닐 때 외부강사의 조언으로 캘리그래피를 알게 되어 여성복지센터에서 캘리그래피를 수강했다. 3월에 아이가 입학하자 1학년 학부모 모임에 열심히 참여했다. 도서관에서 하는 외국어과목을 수강하고, 캘리 글쓰기에 흥미와 재미를 붙여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나는 휴직 중인데도 종종 회사에서 일을 하는 꿈을 꾸곤 했다. 깨고 나면 ‘내가 지금 쉬고 있는 게 잘하는 것일까?’ 불안이 몰려왔다. 그러면 반나절 은 헝클어진 머리처럼 생각들이 얽혀 머리가 복잡했다. 마치 과거에 직장 일은 인정받고 돈도 받고 뭔가 있어 보였다. 지금은 해도 표 안나고, 안하면 표나는 양육과 집안 살림이니 개인적인 자기성취나 만족감은 떨어졌다. 인간관계도 굉장히 협소해졌고, 내가 바라보는 대상은 늘 남편과 두 아이였다. 아이들과 남편이 없는 시간에 멍하니 TV나 유튜브를 보거나 낮잠을 늘어지게 자보기도 했다. 왜냐고? 일하는 동안 한번 꼭 해보고 싶은 나태함? 게으름이었으니까! 해보니 별 것 없었다. 그냥 몸이 늘어지고 귀차니즘에 빠지고 멍했다. 나랑 맞지 않는 놀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여러 차례 해보다 정신건강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때려치웠다. 그냥 내 스타일대로 살아지더라. 어떻게? 하루 계획을 대략적으로 짜서 해야 할 일을 체크해서 먼저 처리하고 나머지는 독서, 캘리그래피로 시간을 보냈다. 여름 동안에는 두 아이들과 시에서 무료로 개장한 물놀이장을 제 집 드나들 듯 다니며 물놀이에 열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