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날

by 호모 비아토르

2017년 10월 넷째 주 드디어 나는 휴직서를 냈다. 내 삶의 전기가 꺼진 느낌? 다른 사람들은 KTX 속도로 인생을 달리는데 나만 인생이 잠시 멈춰 선 느낌이 들었다. 두려웠고 슬펐고 내가 한 결정이 잘한 것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드디어 아이들을 하루 종일 마음껏 볼 수 있고, 아이가 아파도 원에 안 보내고 집에서 데리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직장생활과 두 아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수많은 감정들이 자기 자리를 찾은 것처럼 알아서 정리가 되어갔다.


내 삶의 반은 차지한 것 같았던 직장이었는데, 한순간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막상 내가 이 자리를 비워도 잘만 돌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직장동료들은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인사치레일 뿐 나는 안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 혹은 내 업무가 자신들에게 토스될까 봐 걱정하는 말일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왜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거냐?’고 홀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직장 속의 나도 나이고 가족 속의 나도 나이기에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안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두자면 그래도 가족이 먼저이고 그 가운데 자녀의 건강한 성장이 가장 큰 우선순위라는 것을 생각했다. 내가 한 선택으로 인한 어떤 후회와 아쉬움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드디어 마지막 출근하는 날. 나는 이곳을 떠난다.

잠시.. 아니 좀 길게... 내가 다시 오는 날이면 사람도 바뀌고 다 새롭겠지.

직장동료들과 마지막 퇴근길을 나서며 속이 울렁거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새로운 길에 한 발 내디뎠고 지금의 선택이 최선임을 자각하며 씩씩하고 명랑하게 새 길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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