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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Feb 11. 2022

변화의 작은 조짐

2022년 1월 24일(월요일)


변화는 갑자기 강풍처럼 불어오기도 하지만, 어떤 변화는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그 미미한 변화를 인식하고 알아차리는 건 인간으로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 역시 그랬다. 아이의 두통은 그저 감기 증상의 하나라고 쉽게 넘겨버렸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걱정되고 두려운 상황을 작게 축소하거나 회피하는 건 인간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니까.     


인간이란 직감이란 게 있다. 지금의 보이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그 직감마저 무시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마치 지금 내 눈앞에만 안 보이면 그뿐이라는 생각이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행동이다. 어차피 지금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잠시 잠깐의 위안을 찾기 위해 현상만 보고 직감을 무시한 채 지나쳐도 또다시 막다른 골목에서 우리는 현상 밑에 깔린 진짜 본질을 직면해야 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자마자 큰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열을 재보니 38도를 웃돈다. 임시방편으로 해열제를 먹이자 열이 떨어진다. 월요일 아침이라 병원에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조금 늦은 아침인 11시에 병원에 가기로 한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열이 있어 해열제를 먹였더니 지금은 정상이고 기침이 있어 왔다고 말하고 진료를 보았다.      


오전 11시 20분이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하니 태권도 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지난 금요일 큰아이가 듣던 수업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고 한다. 조금 당황했다. 보건소에 바로 전화해서 사정을 말하니 코로사 검사가 무료이니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나를 포함해 큰아이, 작은아이 셋 다 검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자니 점심시간이 겹쳐 기다렸다.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가기로 한다. 오후 1시에 선별 진료소에 가니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큰 아이는 추운 날씨에 서서 기다리는 걸 많이 힘들어했다. 나중에 와서 들어보니 구토가 나올 정도로 힘든 것을 참았다고 한다.     


느낌이 안 좋다. 평소 큰 아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라 계절이 바뀌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코감기를 달고 산다. 지금까지 11년을 키우면서 열 감기 한번 없었고, 주로 코감기로 시작해 기침으로 넘어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침으로 시작해 열 감기가 난다. ‘이건 뭐지?’라는 당혹감이 찾아온다. 그다음에 찾아오는 불길한 마음을 애써 무시한다. ‘별일 아니야. 원래하고 다르게 감기가 올 수 있지.’라고 생각을 멈춘다.   

   

집에서 다시 각자 할 일을 하며 일상을 보냈다. 큰아이는 열이 있어 오늘 하루 학원은 쉬기로 했다. 이후 보건소에서 큰 아이가 ‘능동 감시자’라는 문자가 왔다. ‘능동 감시자’는 같은 공간에 있긴 했으나 밀접 접촉은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감염 위험성이 있어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가 격리를 하고 음성이 나오면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우리는 검사를 받았고 직접 접촉이 없었기에 집에 격리하고 있으면서도 마음에 부담이 없었다.      


너무나 쉽게 그냥 ‘음성’이 나올 거라고 완벽하게 믿었다. 이 얼마나 큰 인간의 자만심일까?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무슨 일반적인 확률을 들먹이며 아닐 거라고 믿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 자신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한다. 아주 작은 사소한 변화에 민감하고 예민할 필요가 있다. 모든 상황에서 예민하게 반응하자는 말이 아니다. 평소와는 다른 뭔가가 관찰되거나 발견되었을 때는 그것을 주목해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긍정의 신호든, 부정의 신호든 무시하지 말고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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