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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Feb 13. 2022

2일차,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두려움과 불안”

2022년 1월 26일 수요일


처음 코로나 확진 소식에 당황했다. 그러나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전염병이었다. 중요한 건 나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심이었다. 어차피 걸린 확진은 집에서 격리해서 잘 케어해주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도 잠시, 하루가 지나자 또 다른 위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쩡하던 작은 아이가 열이 났다. 마음속에 ‘이건 또 뭐야?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위기는 한 번에 한번씩 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띄엄띄엄 와줬으면 좋겠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더니... 그 말이 진짜 참말이다. 그냥 주저앉아 울고 싶다. 자식이 아프면 속이 타들어가고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다. 점점 내 마음이 모래처럼 약해지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 같아 보인다.   

    

아침부터 작은 아이가 밥맛이 없다며 식사를 하지 않고 눕는다.  아이 열이 떨어지고 간헐적인 기침만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좀 진정되려니 다른 곳에서 빵 터진다. 5시간마다 해열제를 먹이며 하루를 보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저녁 6시가 돼서야 공동 격리 대상자인 나와  아이 담당자라며 공무원이 연락이 온다. 핸드폰에 앱을 깔고 열 체크와 증상 여부를 입력하라고 했다.

      

여기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확진자가 되고 나서 사람과 부딪기는 피로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불안이 급격히 올라온다. 작은 아이가 확진자이면 어떻게 하지? 작은 아이는 지난주부터 어디를 갔었지? 도서관? 학교?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줘야 할까? 꼬리를 이은 질문에 감정이 한순간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질색하는 성격인데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거짓말이지만 정상이라고 속일까? 해열제 먹이면 괜찮으니까 속여도 괜찮겠지? 내 안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매스컴에서 코로자 확진자가 되고 서 동선을 숨기거나 속인 것을 보면 분개했다. 그런 내가 지금 내 안에서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다. 사람은 그 상황에 닥쳐봐야 그 상황을 진짜 이해한다. 그 상황이 안 되어 보면 너무나 쉽게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절대 안 그래.’ 정말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나도 거짓말이 아닌 선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핸드폰 카톡으로 남편과 상의하고 이 상황을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질문이 나왔다. 단 몇 분이었지만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내 안에서 난리법석을 떨었다. 결국 정직하고 진실해야 한다는 단어와 마주하게 되었다. 남에게 조금 욕 들어먹고 질타를 당해도 사실은 사실이니까.      


저녁 6시 30분경 전화를 한다. 담당자가 퇴근했단다. 핸드폰 자가 앱을 켠다. 솔직하게 적는다. 해열제 복용 전 온도와 현재 복용 후 온도를 적는다. 그다음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했다. 적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내적 갈등이 심할 때는 회피하지 말고 진실 앞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한 일상의 갈등 상황 속에서 숨고 회피하고 싶은 욕망이 올라온다. 문제 상황에서 숨고 회피할수록 내적 갈등이 심해진다. 내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도망가려는 마음을 부여잡고 정직하고 진실하게 직면하자. 내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가지의 갈등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기보다 가지의 근원인 나무를 보는 것이다. 나무는 본질이고 존재이며 진실이다.      


하루를 보내며 큰 아이가 내게 말한다. “엄마, 좋은 부분을 봐야지.” 평소 큰 아이가 투덜거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다. 지금 아이들 앞에서 불평을 하고 있었나? 자각하게 된다. “그래, 맞아. 너처럼 동생도 자고 나면 열이 내려갈 거야. 오늘도 무사히 보내서 감사하다.”라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큰 아이는 “오늘 하루 기분이 어때? 엄마”라고 묻는다. 역시 마음을 읽어주는 세심한 아이다. 그런 아이를 세심하게 마음을 읽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날 밤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잠을 자려는데 강했던 내 마음에서 파도가 일렁이더니 눈물이 난다. 남편도 부모도 아닌 하나님을 찾게 된다. 위로가 필요했나 보다. 참 강한 사람이라 느끼지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연약한 사람이다.

밤이 되자 작은 아이의 체온은 다시 올라갔고 4~5시간마다 체크해서 해열제를 먹인다. 밤 11시, 새벽 5시...

그리고 이건 뭐지? 밤 11시부터 내 몸이 이상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목이 간질거리더니 지속적으로 기침이 나왔다. 새벽에 일어나 비상 기침약을 먹었음에도 계속 나왔다. 언제 잠을 잔 건지 눈을 떴는지 분간이 안 된다. 그냥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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