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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Feb 14. 2022

3일 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용기란 무엇일까? 인생에서 흔치 않는 대단한 일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게 용기일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하찮고 볼거리가 없는 작은 행동에도 누군가에는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공중화장실이 더럽다는 강박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건 대단한 용기이다. 이처럼 용기의 개념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내가 생각할 때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나씩 시도하고 도전해보는 게 용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기간을 거치면서 내겐 어떤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집밖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무슨 용기야? 웃긴 소리 그만하자. 그건 타인들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다. 이제 나의 눈으로 용기에 접근해보자. 코로나 확진자 가족으로 자가 격리를 하면서 매일 용기를 내야한다.      


2022년 1월 27일 목요일


아침 7시가 넘었는데도 머리는 수십 개의 바늘이 찌르는 듯이 아팠고 몸도 무거웠다. 평소 5시 50분이면 일어나던 나는 내 몸이 아니었다. 컨디션이 바닥을 쳤다. 일어나자 열 체크를 하고 정상임을 확인하며 안도감을 느낀다.      


지금까지 연이은 시련에 혹시나 싶어 코로나 자가 테스트를 용기 있게 꺼내들었다. 지금까지의 패턴이라면 오늘 반드시 코로나 양성이 나와 작은 아이에게 나올 것 같았다. 그래도 이전처럼 회피하거나 숨지 않기로 했다. 일단 아이들 밥을 챙기고 설거지를 마쳤다.      


나부터 자가 체크를 하고 15분을 기다렸다. 마음이 떨렸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밥을 다 먹은 작은 아이에게 테스트를 한다. 코를 왼쪽, 오른쪽 쑤시니 짜증을 낸다. 다시 15분을 불안과 초조함으로 기다린다. 아~ 음성이다. 참 다행이다. 작은 아이와 내가 요 며칠 동안 피곤했나보다. 그래서 감기가 걸렸나보다. 나는 큰 아이와 격리를 했고 이전에 음성이 나왔음에도 지금까지 흐르는 흐름을 보아하니 80%이상 코로나 양성일거라고 믿었다. 나의 예상은 100% 빗나갔다.     


내 몸은 만신창이다. 계속 누워있고 싶다. 아이들은 밥 달라고 난리다. 억지로 김치찌개를 만들고 간단하게 스팸을 구워 아침을 해결한다. 환기를 하고 간단하게 청소를 하고 정리정돈을 한다. 동작 하나를 움직일 때마다 쇳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점심을 먹고 애들 영화를 보여주고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낮잠을 청한다. 새우처럼 쭈그리고 청하는 잠이 꿀맛이다. 평소 낮잠을 안 자는데 아플 때는 꼭 낮잠을 잔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이다.      


낮잠을 자고 나니 한결 몸이 나아졌다. 다시 움직인다. 이 놈의 몸은 조금만 괜찮아진다 싶으면 집에서 할 거리를 찾는다. 설거지, 이불빨래, 독서, 글쓰기이다.

오후 4시가 넘어서 담당공무원이 전화가 와서 둘째아이 상태를 묻는다.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말하고 지금은 정상이라고 말한다. 아주 쉽게 넘어간다. 내가 걱정했던 반응과 전혀 다르다. 내가 많이 예민하고 날카로웠다.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우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남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내게는 그랬다. 나와 작은 아이의 감기증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코로나 자가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내겐 모든 것이 용기로 시작된다. 용기를 내기 전에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줄지어 있고 두려움과 불안이 소용돌이 친다. 그 모든 것을 딛고 용기를 내어 일어나는 것이 지금의 삶이다.   


해가 진다. 오늘 저녁은 시부모님이 손주들 맛있게 먹으라며 보내주신 3만원으로 통닭을 현관문 앞에 배달시킨다. 아이들은 통닭을 기다리는 즐거움과 설렘에 잔뜩 기분이 부풀어 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즐겁다.

코로나 확진이 되고 나서 하루하루 삶의 무게가 계속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큰아이의 코로나 확진, 추적조사로 인한 죄책감, 작은 아이 열 감기, 나의 기침감기로 인한 연이은 타격으로 정신이 곤두 박칠 쳤다.


진짜 주저앉아 울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다른 편으로는 내가 어떤 태도로 지금 이 시간을 보내는 게 후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힘들어도 씩씩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건 어떨까? 힘든 걸 참으라는 말이 아니다. 힘든 건 힘들다고 말하되, 행동에 있어서 무기력하게 주저앉기보다 오늘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였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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