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31일 월요일
20세기 초반만 해도 정신과 육체는 분리된 것으로 보았다. 지금 의학은 정신과 육체는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신이 병들면 육체도 병들고, 육체가 병들면 정신도 병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코로나 확진을 받고 격리된 채 생활을 하면서 내 정신도 조금씩 무너졌을 것이다. 두 자녀들이 증상으로부터 건강해지자 내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결론은 정신과 육체도 약해졌다.
자는 시간도 늦어져 10시는 넘어야 잠이 든다. 어떤 요인인지 잠을 자다가 잘 깨지 않는데 요즘은 자주 깨다 자기를 반복한다. 지금 이 상황이 불안해서일까? 잘 모르겠다. 오늘도 점심밥을 먹고 새우 자세로 잠을 청한다. 꼭 잠을 자지 않더라도 햇살을 받으며 누워있으면 마음과 몸이 편안함을 느낀다. 그 사이 두 아이들은 TV 혹은 노트북을 보거나 각자 논다. 어차피 하루 볼 수 있는 미디어 시청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
입맛도 없다. 집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아서인지 식욕도 없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오전에는 친정부모님이 설음식을 한 보따리 챙겨서 현관문 앞에 두고 가셨다. 이것이 친정부 모의 마음이겠지. ‘딸이 집에 갇혀 두 손주 챙기고 자기 몸 하나 관리 못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하는 생각에 내 눈가가 촉촉해진다.
기침은 가라앉았으나 몸이 무겁고 목에 가래가 껴서 갑갑한 느낌이 있다. 마음에서는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은 생기지 않고 계속 눕고 싶다.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마음과 몸이 가는 대로 슬로 라이프로 살아보기로 했다. 지금은 마치 딱딱한 육체의 껍데기에 갇혀서 탈피를 시도하다 지친 상태이다.
몸과 영혼은 살아있으나 내 마음대로 제어되거나 작동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몸과 마음이 흐르는 대로 해야겠지. 이 상황에서 마음을 무시하고 뭔가를 하다가는 내 몸에 타격이 갈 거 같아 조심스럽다. 케어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느껴진다.
마음속에서 ‘제발 나를 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외침이 올라온다. 두 자녀들이 서로 말다툼하는 소리에도 굉장히 예민하고 날카로운 반응이 나온다. 한순간에 내가 고슴도치가 된 느낌이다. 누가 가까이 다가와도 가시를 날카롭게 세우고 공격 자세를 취한다. 그 대상은 두 자녀이다. 못난 엄마이다. 어디 공격할 사람이 없어 가장 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자녀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해가 질 무렵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오늘 내가 뭐했지?’라는 물음이 들었다. 삼시세끼 밥 챙기고, 간식 먹이고, 설거지하고, 열 체크하고... 최소한의 할 일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뭐했지? 수시로 핸드폰 유튜브로 시간을 허비했다. 다시 책을 펼쳤다. ‘의미의 지도’
글을 쓸까 말까 갈등을 하다가 노트북도 켰다. 그냥 쓰기로 했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말이다. 답은 없다. 그냥 오늘의 내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다. 잠이 든 영혼이 딱딱한 육체 속에 갇혀있어도 그 영혼은 자신이 딱딱한 육체 속에 갇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딱딱한 육체는 아픈 몸을 의미한다. 잠이 든 영혼은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딱딱한 껍질을 깨고 나올 힘이 지금은 모자라다. 그래서 조금 더 휴식과 잠이 필요하다.
내일은 영혼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안팎으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그러나 보기 나름이고, 해석하기 나름이다. 기지개를 활짝 피기 전에 움츠려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깊은 밤 수면이 필요하다. 오늘은 내게 잠자는 하루와 같다. 내일 기지개를 활짝 펴기 위해 오늘은 천천히 그리고 쉬어가며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