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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Feb 19. 2022

8•9일차,무기력에 극치를 달리다


2022년 2월 1일 화요일


눈을 뜨니 온 몸이 무겁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움직이기는 더더욱 싫다.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밥과 간식만 챙겨주고 계속해서 누웠다. 누워도 잠이 안 와서 핸드폰으로 영화 소개 영상만 하루 종일 보았다. 마음속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마저 들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밥도 먹고 싶지 않았다. 목이 따가워 하루에 머그컵 가득 꿀차만 두 번 마셨다. 몸이 아프니까 내 상황도 다 어둡게 보였다.

의미 있는 인생은 무슨? 내 몸 하나도 버거운데... 난 지금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내 몸이 정전이 된 기분이다. 



2022년 2월 2일 수요일     


설날을 핑계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하루 종일 TV 시청을 하였다. 나 역시 핸드폰으로 영화 리뷰를 보며 하루를 보냈다. 때로는 내가 정한 규칙조차도 짜증 나고 싫어질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럴 때이다. 스스로 허물어진 것 같은 지금 상황을 그냥 놔두기로 했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엄격하게 통제하는 내 모습이 싫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누가 보지도 않는데 스스로를 교복 입은 학생처럼 규율과 통제를 할 필요가 있을까? 아이들도, 나도 그냥 놔두고 싶은 시간이다.      


한편으로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 다. 화가 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 상태이다. 그 화는 내면으로 향하게 되고 점점 무기력해진다. 생각으로는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자고 다짐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왜 그래야 돼?’라는 의문이 든다. 마음속 깊이 올라오는 생각은 ‘ 나라고 기를 쓰고 살 필요가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감기는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7일에 해제 전 검사를 야 하는데 지금 이 몸 상태로는 음성이 나올지 의문이다. 아니, 마음속에서는 양성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다. 마음은 얼음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졌다. 내가 철저히 몸에 갇혀 무너지고 더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내가 싫다. 이 상황이 너무 싫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든다. 글쓰기도 싫다. 책도 안 읽힌다. 화가 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누가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다. 이 시간이 지나간다는 건 이론이고 현실은 지나갈 것 같지 않다. 이 상황이 무한 반복될 것 같다. 끝없는 나락에 빠진 기분마저 든다. 계속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다. 현실이 아닌 꿈처럼 느껴진다. 계속 자고 일어나도 이 몸 상태로 또 잠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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