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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Feb 21. 2022

11일차,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

 

2022년 2월 4일 금요일


코 막힘이 좀처럼 낮지 않아 불안하다. 점심을 먹고 격리 중 두번째 코로나 자가 검사를 했다. 음성이다. 1월말부터 계속된 감기증상은 목이 따갑고 마른기침, 콧물, 가래였다. 그리고 열은 없었다. 음성이 두번 나왔지만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다.


코막힘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5년 전 한창 주말부부로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양육할 때 만성 축농증으로 고생을 했다. 계속된 두통으로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그때의 증상이 지금 동일했다. 축농증의 재발이었다. 코 깊숙이 농이 찼고, 밤마다 그 농이 코 뒤로 넘어가 아침이면 노란 가래로 나왔다. 당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취약한 코에서 나타난 질환이었다. 그 순간 지금 내가 면역력이 떨어졌고, 스트레스 상황임을 알리는 신호였다.    

 

눈으로 봤을 때는 고된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격리되어 있는 상황인데 마음고생을 한 이유에서일까? 계속 쉬어도 피곤하고 좀처럼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


 최근 며칠은 점심을 먹고, 햇살이 내리쬐면 낮잠을 잔다. 30분이든, 1시간이든 누워 있는다. 자고 나서 다시 오후를 시작한다. 아프지 않은 이상 낮잠을 자지 않는다. 그런 내가 습관처럼 낮잠을 잔다. 그 낮잠이 달콤하고 좋다. 한낮에 햇빛을 받으며 잠을 청하는 맛을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즐거움이다.      


하루 종일 코가 막혀 안면에 전기가 오듯 찌릿하고 멍하다. 한마디로 불편하다. 격리가 풀리고 산에 가야 축농증이 나을 것 같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나는 이렇게 집에 누워서 쉬는 게 체질은 아닌 것 같다. 불안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누워 있어도 쉰다는 느낌보다 뭔가를 하는데 더 힘이 빠지고 축 쳐진다. 이 기분이 싫다. 약간의 긴장과 스트레스에서의 움직임을 좋아한다.       

 

다시 밤이다. 또 잘 시간이다. 바깥출입만 안 하는 것뿐인데 굉장한 삶의 타격이다. 왜 범죄자들이 교도소에 가두고 자유를 주지 않는 것 자체가 벌이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다. 내가 죄를 지은 것을 아니지만 마치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이다. 나갈 수 있는데 나가지 않는 것과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않는 것은 천지차이다.      


자발성과 강제성의 문제이다. 사람은 자발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강제성에 의해 제재된 삶은 수동적이고 기계적이며 삶에 활력이 없다. 강제성에 의해 가두어진 삶에서 뭔가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면 평소보다 배의 힘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더군다나 몸 컨디션도 안 좋으니 만사가 귀찮다. 그렇게 귀찮은데도 글을 쓰는 것은 참 신기하다. 그냥 이 시간을 기록에 남겨놓고 싶은가 보다. 거기에다가 책을 읽은 것도 신기하다. 그것 역시 이 시간 안에서 내 머릿속에 뭔가 흔적을 남기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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