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차,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다른 선택과 행동으로
2022년 2월 5일 토요일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느낌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축농증으로 오는 안면이 빡빡하고 머리가 깨질 것 같고 뒷목까지 뻐근한 증상을 느낀다. 아침부터 기분이 불쾌하다. 내 입에서 당연히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어제 일찍 잤음에도 늦은 기상이다. 사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나기 힘든 상태이다. 아이들은 일찍 일어나 TV를 켜고 늘 보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리듬에 맞추어 반복해서 웃음보를 터트린다. ‘내가 아파도 일상은 잘 돌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늦게 일어나 아이들 아침밥을 겨우 챙기고 다시 눕는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코 깊숙이 막힌 이것은 단단한 시멘트로 두 코를 막아놓은 느낌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코 세척 식염수와 축농증 약을 부탁한다. 계속 누워 있는다고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안 한다. 이전에도 똑같은 증상으로 고생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이 상황에 대한 반응과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어제까지 자신을 어르고 달래던 나에게 다른 처방을 한다. ‘이제 누워있는 것은 여기까지 하자.’ 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하고 이불을 털었다. 그리고 청소를 시작했다. 그쯤 남편은 약을 현관문 앞에 갖다 놓고 갔다. 주삿바늘이 없는 주사기에 식염수를 넣고 코에 갖다 댄다. 왼쪽 코에 단단히 막혀있다. 3~4차례 시도 끝에 겨우 미세하게 막힌 코가 조금 뚫린 기분이 든다. 그리고 약을 먹었다.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나는 어제와 다른 선택을 할 것이고 다른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오천보를 목표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끝나고 다시 눕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화장실로 향했다. 반신욕을 하고 따뜻한 물로 뻐근한 몸에 힐링을 준다. 이제 좀 눕는다.
아프다고 계속 누워있어 나을 것 같으면 일주일이라도 누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전 경험을 비추어볼 때 아프다고 눕는다고 해서 더 회복되지는 않았다. 뭔가 내게 회복이 될 만한 어떤 활동이 첨가되어야 했다. 예를 들면 코 세척, 약 먹기, 약간의 움직임, 깨끗하고 상쾌한 집안 만들기 등이다.
아프면 일단 집안이 하나씩 엉망이 되어간다. 집안이 엉망이 되어 있는 걸 보면 내 몸이 아프거나 아니면 마음이 안 좋을 때이다. 내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는 집안 상태를 보면 안다.
그래서 몸이 안 좋을수록 다른 건 몰라도 의지적으로라도 환기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한다. 그래야만 흐트러진 몸과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더 이상 ‘조금 더 쉬어. 누워도 괜찮아.’라는 마음속의 속삭임은 듣지 않기로 했다. 충분히 쉬었고 누웠다. 더 누워있다간 살아있는 시체 인간이 될 것 같다. 지금 내가 할 일은 회복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더 느끼고 싶지 않다. 아프다는 핑계로 일상이 무너지고 균형이 깨졌다.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코로나 격리와 축농증 재발을 외부의 탓만 돌리면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소한 일상에서 어제와 했던 것과는 다른 선택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게 하고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