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7일 월요일
아침이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맞이한다. 14일 만에 바깥 외출이다. 바로 코로나 해제 전 검사를 받는 날이다. 왠지 모를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욕조 안에 투하한다. 그냥 자동적인 반응이다. 음성이 될지 양성이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이미 몸은 음성일 거라 믿고 이불빨래를 하며 남편 맞이하기를 준비한다. 웃기는 일이다. 두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이 마치기를 기다리고 서둘러 둘째와 현관문을 나선다.
보건소에 11시에 도착했다. 인산인해이다. 이전에도 코로나 검사를 받았지만 이렇게 긴 줄은 처음이다. 내 앞에 최소 100명은 있는 것 같다. 번호표를 나눠준다. 이전처럼 모두 pcr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해제 전 검사여서 번호표를 받을 수 있었다. 11시 30분쯤이 되자 접수 마감을 외친다. 30분 이후에 온 사람들은 짜증을 내며 오후 1시를 기다린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40년을 넘게 살며 전염병으로 인해 이런 상황을 목격하게 되다니 말이다.
서류와 신분증을 확인하고 나서야 검사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나온 바깥은 나를 환하게 맞이해주었고 걷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집으로 왔다.
다시 격리 일상이다. 하루 종일 이불빨래를 돌리고 말리기를 반복했다. 책을 읽으며 잡념이 올라오는 것을 방지했다. 내적 갈등이 심해진다. “음성이 나와야 할 텐데... 양성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지금 나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아이들이 티격태격하는 소리에 예민하고 날카로운 반응이 나온다. 정상적인 기분이 아닌 듯 보인다.
아이들도 하루 종일 둘이서 의논을 한다. “음성이 나오면 아빠는 언제 오지? 아빠가 보고 싶다. 양성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큰 아이는 이미 확진됐고 격리가 해제되었기에 본인이 아빠와 의논해서 할아버지 집에 가겠다고 한다. 이미 자기만의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이다. 웃긴 일이다. 사람은 이미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자기만의 해결책을 세워놓은 것을 아이들을 통해서도 본다.
마음이 갈팡질팡하다.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가 하나님께 선처와 자비를 구해보기도 했다가... 하나님의 기준에서 좋은 것이란 나와 다를 수 있기에 무조건 음성이 나오게 해달라고 차마 기도를 할 수가 없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이 상황이 가장 선하고 좋은 길이라면 나의 바람과 욕심이 아닌 하나님의 뜻대로 해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다. 두려움과 불안 지수가 80%까지 올라왔다. 잠을 청하기로 한다. 내일은 새로운 해가 뜨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