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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Feb 25. 2022

15일차,오늘은 그날


2022년 2월 8일 화요일


해가 뜬다. 평소보다 이른 7시에 눈을 떴다. 사실 알람을 맞춰 놨다. 개학이 됐지만 격리 일상이라 느슨해진 탓에 아침이 분주했다. 오늘이라도 아이들 밥을 부지런히 챙기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큰아이는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도 하나님께 기도를 한다. “제발 음성이 나오게 해 주세요.” 멸치로 낸 육수로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끓이고 밥을 해서 아이들 아침밥을 먹였다. 큰아이는 “도대체 언제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와?”면 재차 묻는다. 둘째 아이와는 양성이 나오면 또 어떻게 할지 얘기를 한다. 친정엄마도 걱정이 되셨는지 아침부터 전화가 오셔서 어떻게 되었는지 묻는다.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고 하니 결과가 나오면 문자를 보내라고 한다. 남편 역시 결과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한다. 다들 무슨 달리기 직전의 신호를 기다리는 것처럼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다. 


이 기다림의 끝에는 어떤 것이 우리를 맞아줄까? 설레고 두렵고 불안하다. 알 수 없는 인생의 묘미일까? 사소한 일상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다 코로나19 덕분이다.         

둘째 아이가 내 핸드폰으로 온라인 수업을 마쳤다. 10시 10분에 내 손에 핸드폰이 도착했다. 카톡으로 올 줄 알고 노트북에 카톡을 켜놓고 기다렸건만, 도착한 곳은 핸드폰 문자였다. 처음 문자는 둘째 아이 검사 결과였고 음성이었다. 여기까지 좋았다. 이후 나의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순간 또다시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서둘러 남편과 친정엄마에게 문자 결과를 보내고 내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틀 전부터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예견했었고, 아니길 바랐지만 최악의 상황도 생각했었다. 그래도 막상 코로자 확진 판정을 받고 보니 기분이 역시나 별로이고 불편했다. 다행히 이미 격리 14일째에 공동 격리자에서 확진자가 나온 상태라 확진자인 나만 격리를 하고 다른 동거가족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지침이 변경되어 있었다. 두 아이들은 현관문 밖 외출이 가능하단다. 남편은 오늘 집에 올 것을 기대했기에 좌절했지만 그래도 나는 감사하자고 했다. 남편은 내가 긍정적인 마음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긍정적인 마음이 아니라 내려앉은 마음을 부여잡고 있는 거라고 표현을 정정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니니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잘 헤쳐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남편은 내가 또다시 독박 육아를 해야 한다는 것에 걱정을 했지만 어차피 현재 나는 무증상이라 일상생활은 충분히 가능했기에 괜찮았다. 더더욱 이미 14일이란 격리 일상을 보낸 상태라 추가된 7일은 격리 일상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더 불행한 상황은 없다. 그러나 괜찮다고 생각하면 이보다 유유자적 조용하고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날도 없다. 단지 아이들이 서로 다투고 놀면서 시끄러운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세상만사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회의적인 의미는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통제여부에 따라 유연하게 상황을 해결해 나가면 된다. 너무 경직되고 딱딱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며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코로나 확진과 격리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격리 일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그것을 살아내는 것은 전적인 내 선택과 결정에 달려있다. 지금 처한 이 상황을 직면하고 회피하지 않고 어두운 면보다 밝은 면을 비추며 살아가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니 마음이 조금 더 안정되고 평안해졌다.      


평상시와 동일하게 아이들 밥과 간식을 챙기며 다시 아이들과 거리두기를 하고 마스크 착용을 했다. 시시때때로 아이들의 다툼과 나의 목청이 커지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일상의 일부분이다. 다시 격리 일상 7일을 바라보는 나는 ‘14일도 했는데 7일은 못 하겠니?’이다. 내게 닥친 상황은 내가 해석하고 반응하기 나름이다. 나는 지금 불행하지 않다. 조금 우울한 상황일 뿐이다. 그 우울도 내가 다시 머릿속에서 나만의 레시피로 양념을 하니 나름 재미나게 살아볼 만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오늘처럼 내일도 나는 격리 일상이다. 그러나 매일의 생각과 일상을 기록하면서 느낀 것은 똑같은 격리 일상을 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 흐르는 감정은 날마다 다르다. 내 몸과 마음이 달리 놀 때면 내 일상도 달리 보인다. 신기한 일이다. 기록의 힘이라고 할까? 그냥 스치면 매일 똑같은 일상이 기록을 하면서 다른 일상을 발견하고 찾게 된다. 내일은 어떤 격리 일상이 기다려질까? 솔직히 기대는 안 되지만 우울하지도 않다. 그저 있는 그대로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는 격리 일상을 살아보자. 그래도 두 아이와 내가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격리 일상을 보내게 되어서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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