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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Feb 26. 2022

16일차,다시 시작되는 격리 1일차

2022년 2월 9일 수요일   

  

매일 엄청나게 늘어나는 확진자수는 국가의 방역시스템을 허물어 놓은 듯하다. 1월 말에 확진되었을 때는 보건소의 잦은 연락과 재택치료시스템의 관리가 있었다. 지금은 확진자에게 동선 확인을 위한 전화 한 통 외에는 없다. 스스로 자가 격리를 하고 해제하면 된다. 어제저녁 뉴스로는 방역지침이 바꿔서 검사 결과일부터가 아닌 검체 체취일로부터 7일 동안 격리가 바뀌었다. 하루가 줄어들었다. 참 다행이다. 괜스레 어떤 벌에서 하루를 감량받은 기분마저 든다.


두려움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다시 평안한 일상생활 모드로 들어간다. 삼시세끼 밥 챙기고 청소하고 틈틈이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추가로 격리된 상황을 알고 있는 몇몇 지인이 전화를 와서 위로를 한다. 웃으며 그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책을 읽기 위한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책도 재미있다. 열심히 읽고 오른손으로 필사를 하고 있다. 언제 끝나려나?라는 생각에서 이제는 진짜 끝이 보인다는 마음의 안정이 온다.


인생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하고 안전한 메시지를 주는 격리 해제를 찾고 있으니 웃긴다. 코로나 덕분에 인생은 예기치 않은 상황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 상황에서 회피하거나 무기력하기보다 나만의 미로 찾기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나만의 미로 찾기?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머리 회로가 얽히고 설켜 감정과 생각이 제멋대로 일 때 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면 반드시 길이 나오리라는 희망을 보게 된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그동안 회복이 되었다. 어느새 아침에 눈을 뜨면 해가 길어져 아침 7시에도 깜깜하지 않고 밝은 아침을 맞이한다. 격리가 해제되면 다시 새벽 걷기부터 할 부푼 기대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고 기대된다.      


이래서 사람은 오르락내리락 인생길을 걸어야 한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빛의 소중함을 느끼는 법이다. 창살 없는 감옥에서 19일을 지내보면 현관문을 나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상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면서 자유는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 자유가 너무 소중하고 내게 행복을 주는 것임을 알았다. 앞으로  다시 찾을 일상에서 자유를 누리고 만끽하며 살아야겠다는 굳은 다짐마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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