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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Feb 27. 2022

17일차,현실보다 꿈이 더 좋아


2022년 2월 10일 목요일


잠이 깨기 직전까지 꿈을 꿨다. 꿈이 너무 생생하고 기분이 좋아 깨기 싫었다. 그러나 우리 집의 두 아들은 그런 나의 상태를 무시하고 아침부터 온라인 수업을 듣겠다고 나를 깨우고 난리다. 큰아이는 이 학습터를 미리하고, 둘째 역시 ebs초등 수업을 미리 하겠다고 한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아이들 학습할 수 있도록 도구를 챙긴다.

     

그리고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가 오늘 꾸었던 꿈을 되새김질하듯 떠올린다. 

산에 오르고 있다. 시간은 오후 3시 58분이다. 산에 오르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다. 마음속에서는 약간은 불안하기도 하지만 나는 가겠다고 다짐을 한다. 산을 올라갈 때 내 손엔 노트북과 따로 분리된 키보드 판을 들고뛰고 있다. 간간히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한 명 정도 나처럼 올라가는 사람이 보인다. 눈이 온다. 눈이 바닥에 하얗게 쌓이기 시작한다. 마음이 들뜨고 설렌다. 오르막에 어느 정도 올라서자 나는 뛰고 있었다. 나는 분명 산을 오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해변가 옆에 도로 옆 인도를 달리고 있었다. 달리는 건지 자전거를 타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빠르게 화면이 지나간다. 그 와중에도 바닷가 풍경이 너무 예뻐 잠깐 멈추고 분명 노트북인데, 그것을 마치 핸드폰처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해변가를 어느 정도 달리니 음식점이 즐비하다. 정영숙 탤런트가 하는 음식점이 보인다. 그 탤런트는 인자하고 신앙심이 좋은 권사님으로 알고 있다.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저분도 돈을 벌기 위해서 음식점을 하는구나.' 어떤 여자가 나를 본다. 나를 보면서 ‘어, 저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이 자기 남자 친구랑 똑같네.’라며 속마음이 읽어지고 경계를 한다. 나 역시 잠깐 멈춰서 그 여자가 밖에 있는 화롯불에서 돼지갈비 같은 것을 굽는 것을 구경한다. 그때 잠이 깼다.       


꿈을 깨고 나서 내가 어지간히 밖을 나가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 것 같다. 산에 가고 바닷가를 달리고... 그 와중에 노트북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도 투사한 것처럼 보인다. 나가고도 싶고, 글도 쓰고 싶은 것이다. 오늘은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현실은 단조롭다. 그리고 두 아이들이 싸우고 사고 치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 꿈속은 나만의 세계이다. 나만 있고 나를 둘러싼 자연풍경만이 존재한다. 꿈속에 나오는 인물은 내가 구경하는 풍경 가운데 하나이다. 그들이 나에게 다가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그냥 그들은 자기들의 행위를 할 뿐이다. 자연풍경이든 사람 풍경이든 그냥 내 시야에 들어올 뿐이다. 나와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것이 없어서 좋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 두 자녀를 사랑하지만, 두 자녀와 24시간 부딪히는 것에 지쳐있다. 그래서 벗어나고 싶다. 꿈이 현재 충족할 수 없는 욕구를 해소해주고 보여주여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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