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1일 금요일
어제 늦게까지 ‘자연인이 좋다’라는 유튜브를 몰아보고 12시 넘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이 들었다.
어쨌든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큰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이 학습터 수업을 미리 듣겠다며 자기 방으로 향했다. 덩달아 작은아이도 미리 학교종이에 탑재된 오늘 수업을 미리 듣겠다고 나를 보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이불속을 헤매고자 했던 마음을 단념하고 일어났다. 서둘러 아이들 수업을 듣도록 도와주고 아침밥을 챙긴다. 아이들이 알아서 수업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싶은 욕구를 가라앉히고 최소한 개입해야 할 부분만 한다. 아이들과 나와의 관계를 위해서이다.
최근 이틀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한국기행’, ‘자연인이 좋다’라는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된다. 마치 내가 그 자연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격리 일상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영상을 통해서나마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것 같다. 기분이 좋고 상쾌하다.
오후에는 남편과 카톡을 주고받는다.
남편은 “빨리 그날이 오기를요.”라고 톡이 온다. 우리가 고대하던 그날은 바로 격리 해제일이다. 남편과 마지막으로 본 건 1월 25일이다. 남편은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격리 일상에서 혼자 독박 육아로 고생하고 있는 것에 미안함을 표현한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답장 톡을 보낸다.
“그날은 옵니다. 시간이 우리를 그곳에 데려다 줄 겁니다. 우리 아이들은 신기해요. 갇혀 있으면 우울증이 생긴다는데 어쨌든 놀 거리를 찾아서 엄청 재미나게 하루를 보내요. 감사하죠♡
여봉도 이 시간 여봉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요.
코로나 덕분에 87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500페이지 넘게 읽고 있어요. 역사, 신화, 심리가 깔려 있어 반은 이해 못 하고 넘어가긴 하나 내가 지금 사는 이 순간에 의미를 찾는 중입니다.
엊그제 꿈속에서나마 산에도 가고 바다도 가고 숯불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돼지갈비를 구경하고 왔어요.
내 무의식도 내가 이 시간을 버틸 힘을 주네요.”
이에 남편이 다시 톡을 보내왔다.
“끝나면 새벽마다 저랑 산에도 가고 코로나가 감기처럼 되면 캠핑도 갑시다♡ 얼마나 힘드시면 꿈에서 나올까 싶어 마음도 아프고 여봉에게 많이 부족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어진 상황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인간은 신비하다.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든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꿈을 통해서든, 미디어를 통해서든 내가 원하고 바라는 바를 충족한다. 만족도가 실제 경험하는 것보다 높지 않더라도 주어진 상황에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체물을 찾는다는 건 인간의 생존 욕구와 연결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도 책과 글쓰기, 유튜브 자연영상으로 힐링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 이후 자유롭게 논다. 나는 그저 어질러진 방을 청소하고 밥과 간식을 챙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각자가 살기 위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서 이 상황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애쓰고 있음을 느낀다. 이것이 진정한 각자도생인가? 나와 두 자녀들에게 이 순간을 충만하게 살고 있음에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