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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Mar 01. 2022

19일차,다시 일상을 맞이할 준비

     

2022년 2월 12일 토요일     


지난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잠을 설쳤다. 잠을 못 잤다는 게 아니다. 몇 번인지 모르겠는데 계속 잠을 깼다. 격리 일상에서 두르러 진 특징은 늦은 기상이다. 오늘은 아이들 온라인 수업이 없어 더더욱 늦은 8시 기상이다. 아이들은 7시부터 일어나 TV 시청을 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틀 후면 돌아볼 남편을 위해 이불을 다 걷어내 욕조에 넣고 손빨래를 시작했다. 욕조에 모든 이불을 투하하고 아이들과 같이 밟았다. 그리고 세탁기로 이동해서 헹굼과 탈수, 마지막 단계인 건조기로 갔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세탁기와 건조기가 쉴 틈 없이 돌아가야 할 판이다.

      

내친김에 안방과 거실 창틀 실리콘에 생긴 곰팡이 제거 작업도 했다. 비닐장갑을 끼고 물과 유한락스를 믹스해서 휴지를 적셔 틈마다 줄을 세우고 발랐다. 집안일은 안 하면 티가 확 나고, 해도 티 안 나는 보상 없는 고된 작업이다. 누군가의 인정이나 성취감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비추하고 싶다. 나만의 정돈된 일상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내가 나를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면 그뿐이다. 아이들과 남편은 이불빨래를 했는지, 곰팡이 제거작업을 했는지 말을 안 하면 모른다.

     

그래도 코로나의 찌든 때를 벗긴다는 의미로 집안 구석구석을 단계별로 청소한다. 내일은 선반 위 먼지 닦고, 집안 전체를 대청소할 예정이다. 이렇게 청소를 하다 보면 외관상 집안이 깨끗해질 뿐만 아니라 내면의 공간도 깨끗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틈틈이 ‘자연인이 산다’를 보면서 눈도 힐링한다. 이 프로를 보며 한 가지를 발견했다. 출연진이 자연인의 삶 속에 들어가 자연인의 생활방식을 해치지 않고 그의 삶과 2박 3일을 함께하는 것을 본다. 분명히 출연진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낯설 텐데 점차 적응해가는 과정이 신기한다. 편견과 선입견 없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나도 코로나 격리 일상이 처음에는 불편하고 낯설었다. 그러나 어느새 격리 일상에 점차 적응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인생은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고통이라고 보면 이 상황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없다. 반대로 새로운 삶의 탐험이라고 생각하면 인생은 불편한 여행이 된다. 불편한 여행은 익숙한 나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잠재되어 있는 나를 일깨운다.      


격리 일상 막바지이다. 누군가 전화가 오면 안쓰러운 듯 “힘들어서 어떻게 하냐?”라고 한다. 오히려 내가 웃으며 “무증상에 격리만 된 상태라 지낼만하다.”라고 한다. 상대방은 이 반응이 낯선 듯 “힘들 텐데 웃는 목소리가 들려 다행이다.”라고 반응한다.      


사실 나라고 지금의 격리 일상이 즐거울 수 있을까? 현실은 우울하긴 하지만 우울을 우울로 보지 않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한다. 마음으로 ‘격리 일상은 우울해. 그래도 나 우울하지 않기로 했어. 지금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지낼래.’라고 선택을 한다.      

오히려 잘 됐다. 육아휴직 중에 코로나가 닥쳐서 말이다. 어차피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난 것이라면 지금 여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 시간에 코로나가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이러니하다. 웃기고 슬픈 반응이다. 만약 내가 지금 맞벌이를 하고 있다면 정말 곤란한 상황일 것이다. 갑자기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면 학교에서 문자가 와서 즉각 귀가조치를 한다. 그러면 집에 바로 와서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 부모가 없는 집에서 밥과 간식,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얼마나 깜깜한 상황일까? 마음으로 지금의 코로나가 풍토병이 되어 일상화된 감기처럼 바뀌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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