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모 비아토르 Mar 02. 2022

20일차,그날은 반드시 온다

2022년 2월 13일 일요일     


오늘 하루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오늘 밤 12시가 지나면 코로나 격리가 해제된다. 감격스럽다. 1월 25일부터 시작된 기나긴 20일간의 코로나 격리가 종료된다. 20일 동안 매일 감정의 롤러코스트를 탔다. 코로나 격리 속에서 나를 관찰하고 조금 더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꿈속에서 다시 ‘코로나 격리가 다시 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이 올라왔다.

“결혼을 했다. 결혼식 후 남편이 집에 오지 않는다. 집 앞 현관문에 먹을 음식을 놓고 사라졌다. 집에 들어선다. 방이 두 칸이다. 내가 있는 방은 비어있다. 호기심에 다른 방을 두려움과 불안으로 조심스레 연다. 그곳에는 젊은 남자들이 줄지어 자고 있다. 꿈속에서 화들짝 놀라며 이런 남자들이 있는 곳에 나보고 혼자 있으라니 말이 돼? 라며 화를 낸다." 그렇게 꿈은 끝난다.

      

꿈을 깨고 곰곰이 꿈을 들여다본다. 남편과 만나기를 고대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헤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나타내고 있는 꿈이다. 결혼하고 같이 살아야 할 남편은 보이지 않고 현관문에 음식만 달랑 있는 모습은 현재 코로나 격리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나 혼자 있어야 할 집에 알 수 없는 남자들이 다른 방에서 자고 있는 것은 코로나 격리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심리 태도를 보여준다. ‘침입자, 나를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범죄자,’이다. 그러나 불을 끄고 자고 있기에 그들이 어떤 정체인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나를 혼자 남겨 두고 간 남편에 대한 원망과 코로나에 대한 분노를 무의식인 꿈에서 여과 없이 보여준다.

      

현실세계에서는 그날이 코 앞에 왔음에도 두 번의 연이은 코로나 격리를 경험하다 보니 무의식에선 현실을 받아들이기보다 ‘이게 현실일까?’하는 초조와 불안함이 더 큰가 보다. 그러나 그날은 반드시 온다. 이제 2시간 30분 후면 밤 12시 종이 울린다. 마음 같아서는 외출복을 입고 야간 산행이라도 하고 싶다. 설레고 떨린다.      


다시 겪고 싶지 않지만 겪고 나서 마음이 한 빰 정도 성장한 느낌이 든다. 어떤 성장을 의미일까? 매일 감정이 수시로 출렁이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들만의 소통과 놀 거리를 창조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발견했다. 나 역시 집에 갇혀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고정 루틴인 밥하기, 청소하기, 말씀 읽고 기도하기, 글쓰기, 독서하기 등을 통해 ‘나는 살아있다.’를 외치고 있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은 두려움과 불안을 야기한다. 그러나 무조건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 상황을 통해 앞으로 나에게 닥칠 어려움과 위기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고 더한 고통이 왔을 때 나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무지하고 연약한 인간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회피하거나 숨지 말고 현실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용기를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내일도 하루가 시작된다. 격리생활 중에 느꼈던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오늘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새벽에 일어나 산 둘레길 걷기를 위한 알람 맞추기와 옷을 챙겨놓는다. 내일의 일상이 기대된다. 나는 살아있다. 현관문을 나갈 수 있는 자유가 소중하고 행복하다. 코로나 격리 일상이 준 20일간 미지의 여행은 추억이 되고 나는 다시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19일차,다시 일상을 맞이할 준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