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모 비아토르 Mar 03. 2022

격리해제1일차,새로운 일상의 시작

2022년 2월 14일 월요일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어제의 아침과 오늘은 공기도 집안 풍경도 다르다. 실제로 달라진 건 마음인데 보이는게 다 달라 보인다. 작은아이는 개학 후 첫 등교이자 종업식이라 학교 갈 채비를 서두른다. 나는 두 아이에게 배춧국과 밥, 김치를 챙긴다. 작은아이는 평소와 다르게 시간을 계속 확인하며 8시 50분까지 가야 해서 35분에 나간다고 한다. 평소엔 지각할까 봐 가라고 해도 늦장을 부리는 녀석이다. 큰아이는 온라인 수업으로 쫑파티를 하기로 했다며 나의 첫 외출로 롯데리아에 가서 햄버거 세트를 나오라고 한다.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외출 준비를 하고 운전을 한다. 기분이 좋다.  

    

집에 와서 둘러보니 대청소를 해야 한다. 빗자루, 청소기, 걸레를 순차적으로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누빈다. 세탁기도 돌리고 화장실 바닥 청소도 끝냈다. 집안에 쓰레기와 분리수거용품을 한데 모아 1층으로 내려간다. 이제 좀 집안을 다시 둘러보니 깔끔하다. 남편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가 다 된 것 같다.     

 

청소를 끝내고 두 아이를 보니 머리가 장발이 되어있다. 원래 구정 전에 단정하게 자르려고 했다. 20일 동안 격리되어 있어 머리에 손을 댈 수 없었다. 놀고 있던 두 아이들을 끌고 블루클럽으로 향했다. “단정하고 짧게 잘라주세요.”라고 요청한다. 머리를 자르고 나오는 두 아이들이 뭔가 상쾌하고 시원한 표정이다. 큰아이는 자칭 자신의 머리가 단발머리 같다며 투덜거린 적이 최근에 있었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수시로 현관문 밖을 나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리고 행복하다. 이 기분을 오래 간직하고 싶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즐길 뿐이다.

      

다시 새로운 일상 1일 차이다. 격리가 해제되고 보니 앞으로 다가올 복직이 선명하게 보인다. 9월 1일이다. 코로나 격리를 통해 새롭게 복직을 바라보게 된다. 피할 수 없고 어려운 상황도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된다. 어차피 올 일은 피하려고 해도 온다. 상황이 힘들면 그 힘든 과정을 충분히 느끼고 일어서면 된다.


모든 시작은 끝이 있고, 끝은 시작을 린다. 힘든 과정도 끝이 있고, 그 끝에 평안이 찾아온다. 내 인생에 안전지대만을 기대하지 말자. 인생은 원래 계속해서 변한다. 그 변화는 중립적이다. 내 손에 변화의 색깔이 달려있다. 후퇴냐? 성장이냐? 나는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내가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이다. 인생의 위기와 고통 속에서도 선한 의지를 가지고 정직하고 진실하게 현실을 직면하길 바란다. 혼돈의 시간이 찾아왔을 때 기존의 안전지대에 숨지 않고 기존의 틀을 수정하고 재교정해서 삶을 후퇴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인생길이 되도록 노력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20일차,그날은 반드시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