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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Mar 04. 2022

격리해제2일·3일차,새벽걷기의 시작

2022년 2월 15일 화요일


남편은 코로나 격리 중에 약속한 대로 새벽에 산 둘레 길을 걷자고 했다. 나는 워낙 걷는 걸 좋아해서 무조건 환영이다. 새벽 5시 알람에 눈을 뜬다.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시고 옷을 챙겨 입고 같이 길을 나선다. 아직도 밖은 칠흑 같은 밤이다.


산으로 향한다. 낮은 동네산이고 늘 가던 친숙한 곳이지만 어두우니 자꾸 뒷걸음질 치고 싶다. 핸드폰 불빛을 의지하여 어둠에 한발 내딛는다. 오르막길에서 주저앉는다. 20일 만에 오르막을 오른 탓일까? 속이 미슥거리고 토하고 싶다. 남편에게 손짓으로 혼자 가라고 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하산했다. 그리고 아파트 주변을 남편이 올 때까지 돌았다. 내 몸도 갑자기 무리하게 움직이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다.


집에 와서  떡만둣국을 끊여 남편과 아침밥을 먹는다. 기분이 좋다. 남편 아침밥을 챙겨줄 수 있고, 남편이 내 옆에 있어서 말이다.

오후에는 내 몸을 다시 테스트해보기 위해 아주 천천히 다시 산에 올랐다. 속도를 늦추고 걸으니 산 둘레 길을 다 돌고 내려올 수 있었다. 이 정도 속도와 워밍업이면 내일부터 남편과 다시 새벽 산 둘레길 걷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부터 봄방학에 들어갈 두 아이들에게도 햇살 좋은 오후에 산 둘레길 걷기를 하자고 제의를 해봐야겠다. 공짜는 없으니 어떤 당근을 줘서라도 걷기를 하자고 할까 고민을 해봐야겠다.



2022년 2월 16일 수요일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바로 눈을 뜨고 물 한잔을 마신 후 현관문을 나선다. 바람도 불고 춥다. 몸이 경직되고 뻣뻣하게 굳은 느낌이다. 점차 걸을수록 몸 자체에서 열을 발산하더니 산을 오르고 둘레 길을 걸으려는 순간 덥다는 생각에 모자와 장갑을 벗고 걷는다.


어제보다 오늘은 이 캄캄한 길이 조금 익숙해졌다. 간간히 작은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나는 안다. 점차 적응되고 어느 순간 발걸음도 빨라지리라는 것을 말이다. 익숙지 않음에서 익숙함으로 넘어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남편과 평상시 나누지 못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남편은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인데 산에 가면 제법 말이 많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다 보면 벌써 한 바퀴를 돌고 내려올 시간이다. 이 시간이 좋다. 남편과 함께하는 일상이 행복하다.


그렇게 걷고 싶었던 길을 남편과 함께해서 좋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시작이다. 나만의 고요한 시간과 걷기는 에너지 충전을 하는 시간이다. 격리 일상을 떠나보내고 격리 해제 일상을 보내는 나는 행복하다.


코로나 격리와 같은 예기치 않은 일상이 찾아올 수 있다. 아니 전혀 다른 옷을 입은 예기치 않은 일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숨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 길을 걷겠다. 충분히 힘들고 아파하더라도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 묵묵히 그 길을 갈 것이다.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었던 코로나야~안녕!

우리 인생에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이 밤에 갑자기 찾아온다. 여러 차례 말했지만 어차피 일어나야 할 일이라면 그 상황을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거나 투덜대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충분히 그 상황 속에서 느껴야 할 감정을 느끼고 다시 나만의 삶을 살면 된다. 나만의 삶에 정답은 없다.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여기서 나만의 삶은 나다움을 찾는 것이고, 성장이고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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